청년절 준비하다 南 노래·춤판 벌인 청년들, 보위부에 체포

북한 ‘청년절'(8월 28일)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청년학생들의 야회가 진행됐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청년절(8월 28일) 준비로 모인 함경남도 단천시의 청년들이 한국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가 보위부에 연행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단천시의 한 양정사업소 청년들이 낮에는 피해복구 현장에서 전투를 벌이고 밤에는 청년절 행사를 위한 준비를 하라는 청년조직의 과업을 받고 밤마다 모여 연습하던 중에 남조선(남한)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우다가 보위부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북한 청년들 속에서 한국 노래와 춤은 이미 오래전부터 유행해왔지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정 이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에 대한 북한의 강도 높은 통제와 단속이 이뤄지면서 최근 들어 많은 청년이 붙잡혀가는 실정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단천시 읍 양정사업소의 청년들은 피해복구 작업을 끝내고 한 사람의 집에 모여 청년절 행사 준비를 하던 중 자연스럽게 한국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게 됐는데, 이 노랫소리를 들은 동네 주민이 보위부에 신고하면서 붙잡히게 됐다.

소식통은 “나이 든 주민들만 모를 뿐 청년들은 남조선 노래와 춤을 다 알고 있어 그리 두려운 일로 여기지 않았다”며 “이들은 조직에서 정해준 노래로 간단한 연습을 마치고 (피해복구) 전투장에서의 고된 노동으로 인한 피로를 풀 겸 나머지 시간에 남조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기분 좋게 떠들어대다가 신고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동네 주민들은 낮 동안 힘들게 일해 녹초가 되고도 저녁에 또 청년절 준비를 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청년들을 안쓰럽게 바라보았으나 유독 한 주민은 이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수상한 행위를 발견하고는 보위부에 신고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신고를 받은 보위부는 밤마다 청년들이 모이는 집을 이틀간 감시하다 한국 노래가 흘러나오자 그 즉시 현장을 덮쳐 청년들을 모조리 체포했다고 한다.

이후 이 사건은 즉각적으로 도당과 단천시당, 청년조직에 보고됐으며, 붙잡힌 청년들은 현재 보위부에서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들의 형량이 가볍지 않을 것이라는 보위부의 내적인 말이 떠돌고 있다”며 “주민들도 최근 나라에서 남조선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듣는 행위에 대해 강력한 통제와 단속을 하는 분위기라 더욱 무거운 형이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