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있고 행색 말끔한 노인들이 구걸…평양 원정 꽃제비도 많아”

지난해 8월에 촬영된 평양 시내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며 구걸하는 노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 기댈 자식조차 없는 노인들이 거리를 떠돌며 걸식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다만 이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꽃제비’들처럼 행색이 초라하거나 지저분하지도 않고, 집이 없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부랑자로 여겨지고 있다.

평양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늙은 꽃제비들이 많아졌다”며 “주로 집은 있지만, 집안에 먹을 것이 없고 쌀을 가져다주는 자식이 없어 자연에서 캐 먹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집이 있더라도 꽃제비는 꽃제비이고, 동네에서도 형편이 가난한 줄 다 안다”면서 “그렇다고 이들이 시커멓거나 더럽지는 않고, 보기에 늙고 조금 말랐을 뿐이지 겉은 말끔하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그는 다른 지역에서 평양으로 들어오는 꽃제비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꽃제비들이 북한의 주요 도로는 물론 평양시로 들어가는 관문마다 설치된 ‘10호 초소’(국가보위성 초소)를 우회해서 몰래 평양에 진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평양에 꽃제비가 있다고 말하면 동네 망신이니 그냥 쉬쉬하는 것이지, 평양에 꽃제비 없다는 것은 거짓“이라며 “지방 꽃제비들은 10호 초소를 빙 둘러서 들어오는데, 그래도 평양은 지방에 비해 잘 사니 사람들이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고 옆에 있으면 빵이라도 주니까 꽃제비들이 평양에 올라와서 한 번 맛보면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로 지나는 사람이 많거나 가동 중인 공장 주변에 꽃제비들이 모이고 있으며, 보다 못한 사람들이 식사 때 먹다 남은 것을 던져주면 배급소에 줄 서는 것 마냥 꽃제비들이 몰려든다는 게 이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예를 들어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모여서 가스화로 같은 것에 쇠판을 올려서 불고기를 해먹을 때 조금 남으면 그걸 꽃제비를 주는 것이고, 그럼 꽃제비들이 와서 제까닥(제꺼덕) 주워다 먹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북한 당국의 꽃제비 단속은 점점 느슨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꽃제비들을 잡아 지방으로 실어나르는 비용도 문제인 데다 고아원과 같은 시설에 보내도 이들이 다시 도망쳐 나오는 사례가 많아 단속 효과가 떨어진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안전원(보안원)이 꽃제비들을 잡아가긴 하는데, 그렇게 잡아 놓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어놓는다”면서 “꽃제비들을 지방에 보내려면 자기들이 또 차에 넣을 기름을 확보해야 하니까 요즘에는 그냥 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결국에는 꽃제비 실어다 주는 게 다 돈인데 고아원에 보내도 또 뛰니(도망치니) 단속해서 뭐하겠나”라며 “꽃제비들은 거기(고아원) 가면 배고프기도 하고 큰아이들이 때리고 자유롭지 못하니 다시 도망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