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걱정이네…노무현 청산없이 재집권 어려울테니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왕년의 노무현이 어디로 갔겠는가? 다시 한번 분노와 대립의 수사로 국민들 마음을 긁어 놓았다. 일부 속시원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기분 상할 것이다. 안타까운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대통령까지 한 사람이 쯧쯧…

이건 ‘병'(病)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에겐 국군의 날 나체쇼를 벌인 대학생 강의석과 비슷한 병이 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쇼로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싶은 일종의 스타병, 소영웅주의 병 말이다. 차라리 나체로 쇼를 하면 그 나마 볼 게(?) 있겠지만, 이건 볼 것도 없고 오로지 가학성 요설(妖說)밖에 없다. 강의석은 나이라도 어려 앞으로 병을 고쳐볼 시간이라도 남아 있지만 환갑도 넘은 사람에게 그 기질 좀 고치라고 하면 더 절망적일테니 충고하기도 민망하다.

“그냥 내키는대로 사십시오. 하지만 가끔 당신의 그 세치 혀 때문에 높아질 국민들 불쾌지수를 좀 생각해 주십시오.”

이 정도 당부밖에 할 것이 없다. 정말 안타깝다. 이런 사람이 대한민국 대통령을 지냈단다!

노무현이 전면에 등장할수록 앞으로 좌파는 재집권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노무현의 정치적 재부상은 우파에게 이익이 되면 됐지,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국민들과 우파들은 약간 정서적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노무현 때문에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데 그 정도 스트레스야 못견딜까?

노무현은 전형적으로 자신의 이성이 본인의 기질을 통제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노무현은 분명히 말했다. “야당의 차기 주자들이 약해서 다음 대선도 걱정이다”고 말이다. 그런 걱정이 진심이라면 본인은 뒤에서 조용히 차기 주자들이 클 수 있도록 밀어주는 게 이치에 맞다. 자신이 앞에서 그렇게 소영웅주의로 나서면 나설수록 차기 주자들이 부상할 기회는 축소된다.

얼마전 노무현은 “호남의 단결로는 영원히 집권할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을 들쑤셔 놓았다. 물론 노무현 이야기가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같은 발언이라도 누구 발언인가에 따라 전선이 다르게 펼쳐진다. 노무현이 이런 발언을 하면 전선은 노무현 대 김대중이 된다.

민주당의 차기 주자들은 참 불쌍하다. 상왕(上王)들이 아직도 최전선에서 총을 쏘고 있으니 자기 순서가 돌아오려면 하세월이다. 그런 발언은 노무현보다는 대구에서 대학 강의를 하면서 지지 기반을 닦고 있는 유시민이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정치 역학에서 보자면 말이다.

이번 10.4 선언 1주년 연설을 보면 자만과 독선이 넘쳐 흐른다. 자신은 다 잘했고 지금 정부는 다 깽판이다. “난 잘했는데 역사와 국민이 날 몰라준다. 그래서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개박살났다.” 이런 상황인식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사인한 10.4 선언을 이명박 정부가 천대하니 화는 날 것이다. 그래서 “전임 사장이 계약을 하면 후임 사장은 이행을 하는 걸로 회사의 CEO는 다 그리 하길래 그렇게 생각했는데..” 라며 하소연 했다.

그런데 노무현이 대단히 오해를 하는 게 있다. 선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임기 말의 대통령이 자기 맘대로 국가 간의 조약 같은 것을 처리하지 않는다. 차기 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최소한 야당의 대통령 후보에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 전제하에서 추진한다. 후임 정부에서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자신도 낭패이기 때문에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그런데 10.4 선언은 그 타당성이 제대로 검증도 안되고 야당의 양해도 전혀 구하지 않고 강행된 것이다. 즉 10.4 선언이 이처럼 천대 받는 원인 제공자는 바로 노무현 본인인 것이다.

백번 양보해서 10.4 선언이 이행할 가치가 있는 선언이라고 치자. 그렇더라도 노무현이 나서면 공든 탑도 무너진다. 노무현은 한국 정치에서 대결과 갈등의 상징적 존재이다. 아무리 좋은 말도 노무현이 발언하면 정치화되어 버린다. 편가르기가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 하에서도 10.4 선언이 문제가 있긴 하지만 전임 대통령이 사인도 했으니 추진하자는 의견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이 나서게 되면 이런 사람들의 노력도 물거품된다. 10.4 선언에 찬성하는 사람은 바로 ‘친노’로 찍힐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이명박 정부 하에서 ‘친노’로 찍히면 버텨내기 쉽겠는가?

노무현 발언의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탈북자,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면 북한이 붕괴될 수도 있으니 자중하자고 한다.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그런 말을 한다고 붕괴될 나라라면 그게 나란가? 세상에 인권 이야기한다고 붕괴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인권이 없기 때문에 붕괴된 나라는 있어도, 인권이 있어서 붕괴된 나라는 없다. 인권이 있으면 대체 세력이 있고 대체 세력이 존재하면 정권은 교체돼도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또 “중국과 북한의 반대를 무릅쓰고 작계 5029를 추진할 가치가 있는가”고 물었다. 중국과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은 다 안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집권 초기 미국 갔을 때 “한반도가 북한에 의해 통일 되었으면 자신은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 것”이라는 말은 왜 했나? 또 6·15 정상회담 뇌물 사건 특검은 왜 했나? 정말로 앞 뒤가 안 맞는 말이다.

특히 작계 5029는 중국이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지, 한국이 한반도 운명의 주인이 될지 판가름하는 중요한 계획이다. 이런 계획을 중국과 북한이 반발한다고 포기한다니? 분명 노무현은 ‘애국심’이 없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구구절절 비판하려면 끝도 없을테니, 이만 정리해야겠다.

노무현 전 대통령님!

제발 자중하십시오. 지금 당신이 나서면 대한민국은 앞으로 될 일도 안됩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나라가 진정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노 전 대통령님께서는 부디, 그냥 시골에서 농사 지으며 맛있는 음식도 드시고, 가끔 찾아오는 후학들을 위해 미리 공부도 좀 많이 하신 다음에, 그저 후학들이 잘 되도록 좋은 덕담이나 준비해 두십시오. 깊이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