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먹거리 농축산 분야 세부 사업목표 미흡한 北 신년사

2018년 북한 신년사 전문을 보고 과거 김정은이 발표한 신년사와 비교해 색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선 ‘사랑하는 온나라 인민들’과 ‘우리 어린이들의 새해의 소원’ 등의 표현을 통해 북한주민에게 아주 가깝게 다가가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신년사의 구성과 내용면에서도 많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신년사 구성은 지난해의 성과→당해년도 추진목표→농업, 축산, 수산부문별로 구체적인 사업목표 또는 추진목표 순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의 성과와 당해연도추진목표가 상당히 간단히 언급되었으며 농축수산부문에서도 세부적인 사업목표 제시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북한은 신년사에서 특히 자력갱생(自力更生), 자급자족을 강조하고 있는데 자력갱생은 자신의 힘만으로도 생존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남에게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오직 자신의 능력과 의지로 도전을 극복하려는 행동 또는 정신을 뜻한다. 주로 이 표어는 북한이 자력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운영해 나간다는 정책의 기조로 자주 등장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며. 선전선동을 통해 자력갱생의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러한 의도는 올해에도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지난해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수행에서 큰 진전을 이루었다면서 새형의 뜨락또르(트랙터)를 성과적으로 점령함으로써 인민경제의 주체화, 현대화와 농촌경리의 종합적 기계화를 더욱 힘있게 다그쳐 나갈 수 있는 튼튼한 기초를 마련하였으며 농업부문에서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다수확농장과 작업반대렬을 늘이고 예전에 보기 드믄 과일풍작을 안아왔다’고 하였다. 여기서 작년 불리한 기후조건은 모내기 시기에 심한 가뭄으로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4년도에도 가뭄이 나타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작년 북한 농업현황의 자료 등을 분석해보면 다수확농장은 서해안 지역의 극히 일부 지역인 것으로 유추된다.

FAO(세계농업기구)는 북한은 작년 약 140만 톤의 쌀을 생산했으며 2016년 170만 톤보다 약 18 %감소한 규모이고 약 4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다고 밝히면서, 이러한 이유 역시 작년에 비가 충분히 내리지 않아 관개시설의 주요 원천인 저수지의 저수율이 낮았을 뿐만아니라 국제사회 등의 대북제재를 주요 이유로 들었다. 축산분야에서는 대규모의 세포지구 축산기지를 일떠세우고 산림복구전투 1단계 과업을 수행함으로써 사회주의 자립경제의 잠재력을 과시하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세포지구는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산림복구 전투는 임농복합경영과 연계하여 적극적인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해연도 추진목표에서는 국가경제5개년전략수행의 3번째 해로 경제전선전반에서 활성화의 돌파구를 열어 제껴야 한다면서 지방의 특색에 맞는 전력생산기지들을 신규 투자보다는 정상화를 위한 개보수정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리고 올해에 인민생활향상에서 전환을 가져와야 한다면서 ‘농업과 수산전선에서 양양을 일으켜야 하겠습니다. 우량종자와 다수확농업, 능률적인 농기계들을 대대적으로 받아들이고 농사를 과학기술적으로 지어 알곡생산목표를 반드시 점령하며 축산물과 과일, 온실남새와 버섯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배무이(배제작)와 배수리 능력을 높이고 과학적인 어로전을 전개하며 양어와 양식을 활성화하여야 하겠습니다.’로 과거 2013년부터 2017년과 크게 달라진 내용이 없으며 오히려 올해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올해에도 지속적인 대북제재로 외화벌이가 난관에 부딪혀 원재료(비료, 유류 등) 구입 등이 어려워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기존 사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경제를 이끌어가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본 농축수산 전문 요약

구 분

2017

2018

지난해

성과

수많은 협동농장들이 최고생산년도 수준을 돌파

과학농법을 적극 받아들여 불리한 기후조건에서도 다수확 농장 늘어남
과일풍작, 세포기지 구축

당해연도

추진목표

농업전선에서 과학농사열풍을 일으켜 다수확운동을 벌려야 함

농업과 수산전선에서 양양을 일으켜야함

농 업

우량종자와 과학적인 영농방법을 도입
두벌농사면적 확대
농기계들을 적극 도입
과일과 남새, 버섯생산량 증대

우량종자와 다수확농업
능률적인 농기계 생산
과학농사, 온실남새와 버섯생산량 증대
황해남도 물길 2단계 공사

축 산

세포지구 축산기지의 정상운영 보장을 위한 대책수립

축산물 생산 늘림

수산

적극적인 어로전
양어와 양식을 확대
현대적인 고기배 생산
동해안지구에 종합적인 어구생산기지 구축
수산업의 물질적기술적 토대 강화

배제작과 배수리 능력 제고
과학적인 어로전 전개
양어와 양식 활성화

그리고 자립경제발전의 지름길을 강조하면서 ‘국가적으로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공장, 기업소, 협동단체들에서 실지 은(빛)을 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뒷받침하는 것은 2015년 6월에 개정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농장법에서 그 답을 얻을 수 있다. 법 제3장 농장의 경영활동 제22조(분조관리제의 실시)내용을 살펴보면 ‘농업지도기판과 농장은 경영활동을 고도로 현대화, 조직화, 과학화, 합리화하며 분조관리제를 바로 실시하여 농장원들의 책임성과 창조적 열의를 높이 발양시키도록 하여야 한다. 농장은 분조관리제안에서 포전담당책임제와 유상유벌제를 정확히 실시하여 분조별, 농장원별로 토지관리와 영농공정수행, 생산계획수행, 수매계획수행에 대한 과업을 정확히 주고 그에 대한 총화를 제때에 실속 있게 하며 알곡생산물에 대한 분배와 처리를 바로 하여야 한다’면서 김정은 시대 발표한 2012년 6.28 경제관리개선조치와 2014년 5.30조치를 농업부문에서 강화하기 위해 농장법을 개정함으로써 협동농장에서의 경제활동에 자율권을 많이 넘겨준 것으로 판단된다. 즉 북한 농민들의 노동의욕을 고취시켜 농업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경공업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 유엔 산하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핵 위협과 벼랑 끝 전술 그리고 이로 인한 제재로 국제사회의 대북원조사업은 기로에 서있다’면서 이러한 피해는 어린이와 임산부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감소로 이루어 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새해 북한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모처럼 남북이 대화 국면 유지를 위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기대해 본다.

이와 더불어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만드는 첫 걸음으로 대북제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북농업협력을 통해 북한의 취약계층을 위한 인도적지원 사업이 추진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