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한끼 식사 대접” ‘병사의 날’…축제 아닌 대결전으로 변질

소식통 "음식마련은 당국 아닌 군관 가족 담당"...북한, 군 간부들 공포심 활용해 군인들 환심 유도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한 부대 ‘병사의 날’ 식단표. /그래픽=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전쟁 준비 완성’이라는 명목으로 12월부터 시작된 2020년 동기훈련 강도를 대폭 높인 가운데, 이와 더불어 군인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매주 일요일 점심 풍성한 음식을 공급하는 ‘병사의 날’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여기서 ‘병사의 날’은 김정일 시대 ‘애병(愛兵)의 날’을 계승·발전한 기념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인들을 돌보는 최고사령관’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매년 치러지고 있다.

26일 데일리NK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 ‘병사의 날’은 이달 1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개최됐다. 부대 군인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맛보지 못했던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 됐다고 한다.

그러나 군 당국이 공급 문제를 직접 담당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즉, 군관 가족들이 책임을 떠맡게 되면서 ‘병사의 날’이 일종의 ‘충성심 및 자존심 대결의 날’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소식통은 “간부들이 부대 하전사들에게 식사 평가를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라면서 “또한 허투루 준비하다가 상부에서 불호령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공급이 좋은 지휘부 군관이나 보위, 검찰, 간부부(인사과(군관)), 대렬부(인사과(하전사)), 후방부(보급부대) 등 먹을 알이 있는 군관 가족이 음식을 호화롭게 준비하기 시작했다”면서 “이에 다른 간부 가족들도 어쩔 수 없이 음식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는 있지만, 사실 ‘죽겠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합적으로 보면 북한 당국은 공을 들이지 않고도 병사의 마음을 사려는 방안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군에 대한 최고영도자의 배려와 어버이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간부들의 ‘공포심’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날은 단순한 축제가 아닌 정치적 의도로 다분히 활용되는 측면도 있다고 소식통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일요일) 행사에는 후방부 간부들은 물론 부대 지휘부 가족들이 전부 동원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군 수뇌부들이 대거 평양에서 진행되는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 참석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서도 부대 군인들을 챙기는 모습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 같은 행사에 군인들은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좋지만, 남편이 제대될 때까지 이걸 해야만 하는 군관 가족들은 얼마나 고생하겠냐’면서 감사와 미안함을 동시에 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