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는 후세인, 재판부에 삿대질까지

▲ 법정에 들어서는 사담 후세인 <사진:연합>

사담 후세인(68)에 대한 역사적인 재판이 시작되었다. 시각은 19일 정오(현지시간)였다.

법정에는 후세인이 서 있었다. 그는 덥수룩한 턱수염과 부리부리한 눈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피고인석에는 후세인 외에 그와 함께 기소된 7명(타하 야신 라마단 전 부총리, 바르잔 이브라힘 알-티크리티 전 정보국장 등)의 측근이 동석했다.

첫 번째 재판에서 다루어질 후세인이 죄명은 1982년 시아파 마을인 두자일에서 발생한 140여명의 주민 학살 사건에 대한 책임이었다. 그러나 재판은 순조롭지 못했다.

후세인은 시종 재판부의 권위에 도전했다. 1시간 반 동안 진행된 심문 시간 내내 그는 투쟁적인 태도를 유지했으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판부를 일갈했다.

쿠르드족 출신 리즈가르 모하메드 아민(57) 주심 판사가 그에게 이름을 밝힐 것을 요구하자 그는 “당신이 이라크인이라면 나를 안다. 당신이야말로 누구냐!” 며 도리어 재판부를 몰아 세웠다.

그는 여러 시간 동안 기다렸고 펜과 종이가 주어지지 않은 것에 불평했다. 재판부를 향해 “나는 당신에게 이 권위를 부여한 배후를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이 법정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삿대질까지 했다.

주심 판사가 그를 ‘전 대통령’으로 확인할 때는 “나는 이라크 공화국의 대통령”이라며 쏘아 붙였다. “미스터 사담, 당신은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라고 묻는 물음에는 “나는 무죄다”며 코란에 손을 얹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재판은 30분의 시차를 두고 이라크 TV를 통해 그대로 방영됐다.

후세인을 지켜본 이라크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니파 무슬림들은 후세인의 공격적인 태도에 그를 영웅으로 환호했으며, 1982년 두자일에서 가족들을 잃은 시민은 그에게는 “사형도 사치”라며 당장 처형하라고 외쳤다.

시종 미소를 잃지 않으며 후세인의 진술을 이끌어 내려 한 주심판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후세인은 실질적인 답변을 거부했으며 재판부에 대한 공세를 계속했다.

다음 재판은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다음달 10월 28일로 연기됐다. 그의 변호인은 후세인이 사기충천해 있으며 승소를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세인은 1998년에 쿠르드족 마을에 독가스를 살포, 마을 주민 5천여명 몰살시켰다. 1991년 걸프전 이후 발생한 시아파 봉기 진압 과정에서는 30만명 이상을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반인륜 범죄 혐의와 이란 쿠웨이트 침공 등 전쟁 범죄 혐의와 관련, 재판은 앞으로 계속된다.

이종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