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북정책에 ‘햇볕파’들 3가지 오해 갖고 있다

오바마의 당선 이후 한국에서는 새로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의 대북 정책은 한반도의 질서를 바꿀 수도 있는 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가 미국의 대북 정책에 직접 관여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오바마의 대북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당장 예단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오바마의 대북 정책에 대한 섣부른 오해들이 있어서 몇 가지 짚어 보았다.

첫째, 오바마 대북 정책이 김대중, 노무현의 햇볕정책과 비슷하게 갈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가 있다.

햇볕정책의 특징은 두 가지다. 김정일 정권은 반드시 개혁개방한다는 전제를 깔고 핵 문제 진전 없이도 무조건 경제적 지원을 했다. 또 하나는 북한인권에 대한 철저한 침묵이다.

사실 김대중, 노무현 뿐만 아니라 부시 정부도 2006년 11월 중간선거 패배 이후에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양보 정책으로 일관했다. 2008년 10월 핵 문제에 대한 별 진전 없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햇볕정책이나 임기 말년 부시 정부처럼 북한에 대한 일방적 양보를 반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현재 오바마의 정치적 입지는 레임 덕의 부시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부시가 북한에 대해 일방적으로 양보하기 시작한 이유는 바깥으로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의 수렁과 안으로는 경제 위기라는 내우외환으로 지지율이 최악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지금 국내, 국외 할 것 없이 최고의 지지를 구가하고 있다.

만약 오바마가 집권 초기에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잘 해결하고 경제위기도 가닥을 잡는다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철저한 검증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서도 오바마 정부가 침묵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인권 옹호라는 보편적 가치를 강조해 왔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북한인권 문제는 공화당, 민주당을 넘은 초당적 의제이다. 지난 9월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북한인권 재승인 법안이 통과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둘째, 이른바 ‘통미봉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다.

일각에서는 오바마가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거론했다는 근거로 북-미 관계가 급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본인이 정상회담 발언을 북-미 대화 강조로 바꾼 것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북한이 핵 문제를 대폭 양보해서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또 미-북 관계가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통미봉남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그 이유는 현재의 북한 체제가 체질적으로 미국 체제와는 물과 기름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민주, 공화를 막론하고 미국인들은 북한의 극단적 통제 체제, 사이비 종교 같은 수령독재, 최악의 인권침해 등을 수용하기 어렵다. 적어도 북한이 현재의 중국처럼 개혁개방을 하고 최소한의 생존권이라도 보장한다면 모를까,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미국과 진심으로 통하기 어렵다.

셋째, 이명박-오바마 관계가 마치 김영삼-클린턴 시절처럼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는 오해다.

김영삼 정부가 클린턴 정부와 대북 정책을 두고 마찰을 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한국과 협의하지 않고 북한을 바로 상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더라도 한국과 사전 협의를 게을리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부시의 일방주의와 달리 오바마는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 있어서도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협의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때문에 한미일 대북정책 조정 활동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말년의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무원칙적 양보로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을 크게 실망시켰다. 이에 비해 오바마 정부는 한미동맹을 새롭게 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한국 정부는 이 기회를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