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이 또…北, 대응 나서지만 실상은 ‘허점투성이’

대동강돼지공장
대동강돼지공장. /사진=조선의오늘 핀터레스트 캡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African swine fever)이 현재 북한 평안남도 전 지역에 걸쳐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은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실상은 허점투성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평안남도에는 농장이나 목장 할 것 없이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전 지역에 걸쳐 퍼지고 있다”며 “특히 안주, 숙천, 문덕, 평성, 순천, 덕천, 개천 지역에서 많은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천에서만 약 1500마리의 돼지가 집단 폐사했다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그는 “올해 3월 양강도 혜산에서 감기 증상으로 돼지가 폐사한 사례가 보고됐고, 4월에는 황해북도 사리원 지역에서 피해가 발견됐다. 이후 평안북도 신의주와 자강도 만포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이 확인돼 돼지고기와 가공품 유통 단속이 진행됐으며, 5월에는 평양시와 평안남도 평성, 순천, 개천에서 발병 사실이 보고됐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북한 당국은 비상방역위원회를 조직, ▲돼지 이동 금지 및 몰수 ▲축사 출입 인원 차단 ▲방역 자재 마련 등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돼지는 살처분하지 않고 있고, 출입 인원 차단도 형식적으로만 진행되고 있으며, 여전히 자재도 턱없이 부족해 소독이나 방역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소식통은 “위(당국)에서는 돼지고기 유통도 금지하고 있으나 개인이 집에서 죽은 돼지를 도축해 시장에 팔거나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수의초소 승인을 거친 돼지고기의 유통은 허가하고 있음에도 주민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됐거나, 감염 가능성이 있는 돼지고기를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위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8년 10월경 촬영된 순천 지역 시장 풍경. /사진=데일리NK

실제 평양 소식통도 “(당국이)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못 팔게 하더라도 돼지열병 걸린 것을 먹었다고 해서 사람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없다고 하니까 몰래 몰래 사다 먹는다”며 “병든 돼지를 잡아서 먹는데, 시장에서 대놓고는 팔지 못하고 시장 주변 개인 집이나 어디 숨겨뒀다가 고기 사려는 사람들이 소문 듣고 오면 감춰뒀던 것을 꺼내온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에서 돼지고기를 먹는 일이 흔하지 않은 데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고 있다는 것을 인식한 주민들의 심리가 위축돼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고 이 소식통은 설명했다. 돼지고기 장사꾼들 또한 사업을 크게 벌이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돼지열병이 돈다고 해서 집집마다 뭐 뿌리고 다니는 건 없고 소독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면서 “인민반에서도 돼지열병이 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데, 시장에서 돼지고기를 못 팔게 하니 사람들은 그저 ‘병이 돌고 있구나’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우리 정부의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 협력 제안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앞서 4일 “연락사무소를 통해 제안했던 내용들에 대해 특별한 의견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북측에서는) 거기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 당국이 자강도 우시군 협동농장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사실을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공식 보고한 바로 다음 날(5월 31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방지를 위한 남북협력을 제의한 바 있다.

한편, 본보는 지난 4월 복수의 평양 소식통을 인용해 형제산구역과 승호구역 등 평양 부도심 및 외곽지역에 2월 중순부터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돌았다고 전한 바 있다. 이후에도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함경남도 등에서 돼지고기 판매 단속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여러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정황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