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단둥 무역 재개 동향 ‘잠잠’…공해상 불법 선박 환적 ‘활발’

소식통 "몰디브덴과 석탄 등 광물 주로 수출...농자재, 건설자재 및 태양절 선물 위한 밀가루·설탕 수입"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강변에 쌓여있는 석탄과 운반선 모습. 사진은 기사와 무관. /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을 잇는 열차를 통한 무역 재개를 주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북중 간 선박 간 환적이 증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제재에 해당하는 북한의 광물 수출도 공해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6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남포항 인근 공해상에서 북중 간 무역 거래가 수십 차례 진행됐다.

공해상에서 선박과 선박이 접촉하기 전부터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이후 환적 작업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북한은 주로 석탄, 마그네시아크링카(마그네사이트), 몰리브덴을 비롯한 광물을 주로 수출했다. 몰리브덴은 고강도 특수강 합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희소금속으로 최근 중국의 수요가 많아졌다고 한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가 전력난을 이유로 자국 내 석탄 생산을 확대하고, 동시에 수입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어 중국 내 석탄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북측도 국제 석탄 가격이 급등했던 지난 9, 10월만큼 높은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본지와 접촉한 한 북한 무역일꾼은 “중국 석탄값이 떨어져 중국 대방(무역업자)으로부터 받기로 한 물건의 반절만 받았다”며 “계획한 대로 물품을 들여오지 못해 큰일”이라고 말했다.

북한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최근 대외경제성을 통해 각 무역회사에 우선 반입해야 할 수입품 내역을 하달했는데, 겨울철 식량부족 문제를 해소할 쌀과 옥수수 등이 최우선 반입품에 포함됐다.

또한 내년 4.15 태양절(김일성 생일) 110주년을 맞아 주민들에게 공급할 사탕, 과자 등 당과류 생산을 위해 밀가루, 설탕 등도 수입하도록 지시했다.

뿐만 아니라 내년 농사에 대비할 농약, 비료, 비닐 박막과 같은 농자재와 더불어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필요한 철근, 철강 등 건설자재도 우선 수입 품목에 포함됐다.

다만 각 지역의 필요에 따라 무역회사별로 맛내기(조미료), 콩기름, 의류 등의 소매품을 수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북한은 수출입 활동은 당국의 계획과 지표대로 진행됐으며 허가된 품목 이외 물품의 밀반입 여부에 대한 감시도 이뤄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무역일꾼들의 밀수나 비리를 당국이 감시하기 위해 북한 당국은 모든 선박에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보위부원이 직접 무역선에 탑승해 모든 거래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북한 당국은 선박 거래에서도 물샐틈없는 철저한 방역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다.

공해상에서 북중 양측 선박이 접촉하면 일단 북측 인원이 소독제를 중국 측 사람들과 거래 물품에 살포하는데 이 과정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된다고 한다.

이처럼 북측의 까다로운 방역 절차 때문에 과거 2~4시간이면 완료됐던 공해상 선박 거래가 최근에는 6시간이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다.

북한과의 선박 거래에 참여한 한 중국인은 “사람에게 소독약을 직접 뿌리는데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눈물이 날 정도였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남포항을 중심으로 공해상 선박 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된 것과 달리 지난달 국제철도 운행 재개 가능성이 제기됐던 신의주는 여전히 무역 재개와 관련된 특이 동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보위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북한은 중국 및 러시아와의 열차 운행을 재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 간 열차 운행 재개가 11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달 신의주와 단둥을 국제열차가 시범 운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열차를 운행할 경우 많은 관리 인원이 투입돼야 할 뿐만 아니라 대북 제재에 해당하는 물품 거래가 원활치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은 신의주를 통한 무역을 쉽게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