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누구를 위한 돼지공장인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국가과학원 은정돼지공장이 준공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공장 일꾼과 종업원들은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2차 전원회의 사상과 정신에 맞게 경영전략을 바로 세우고 고기 생산에서 혁신을 일으켜나갈 열의에 넘쳐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공장 내부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2019년 중국발(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북한 지역을 휩쓸었고, 양돈업에 엄청난 피해를 주면서 결국 토착화됐다. 북한 축산 당국은 지난해 초 각 도에 종축(種畜) 및 돼지고기 생산 확충을 위한 도급 돼지공장 신설을 과제로 제시했고, 최근 곳곳에서 돼지공장이 완공됐다.

그러나 지난 2월 15일 평안남도와 평양시 은정구역(과학지구)에서 돼지공장 조업식장에서 북한에서만 가능한 이상한 희비극이 연출됐다고 한다.

18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건물은 완성됐지만 사육장에 채워 넣을 돼지의 수가 부족해 한때 비상이 걸렸다. 제대로 된 조업식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에 관계자들은 주변 농장에서 돼지를 빌려오거나 주민들에게 곡물로 물어주기로 하고 반강제적으로 가져다 마릿수를 채웠다고 한다.

이에 현지 주민들은 “누구를 위한 돼지공장인가? 저런 식으로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것이 그렇게도 중요한가?” 하면서 조소를 보내고 있다.

웃기면서도 슬픈 이 같은 “북한다운 현상”은 왜 일어날까? 최고지도자 1인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일방적으로 규칙을 정하거나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 상황에 따라 다른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이다. 도급이나 군(구역)급 중간 관리자나 실무 그룹은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이며 상부의 지시를 무비판적으로 무조건 수용하다 보니 원칙이 바로 설 자리가 없게 된 것이다.

북한과 같이 1인 독재가 마음대로 원칙을 정하는 사회에서는 도나 시(군)급 관리자나 실무 그룹이 하는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참견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도, 시(군)급 중간급 간부들은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늘 상급의 표정만 쳐다보며 판단을 기다린다. 결국 현장의 실무자들은 업무 적용에 주체성을 잃고 혼란에 빠지며, 시키는 일만 하는 피동적인 업무 태도를 보인다.

원칙 없는 지역 행정은 활력이 떨어지고 안정감이 사라져 작은 일에도 우왕좌왕하게 되며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자기방어적 업무 태도를 취하게 된다.

국가나 정부 운영에 원칙이 있어야 구성원들이 능동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며 지역경제에 활력이 생기고 안정감이 생긴다. 정상적인 국가는 구성원들과 공감대 형성을 통해 원칙을 수립하고 그 원칙을 지켜나간다. 북한의 경제 일꾼들이 진심으로 나라의 경제성장을 원한다면 최고지도자나 노동당의 지시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은 백해무익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