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몰라 억울한 탈북민…“가만히 있었는데 소송에 휘말려”

탈북민 김혜은(가명·53) 씨는 최근 1년 전 겪은 사건을 이야기하고 싶다며 데일리NK를 직접 찾아왔다. 김 씨는 순진하게 보이는 사람을 타깃으로 삼아 싸움을 걸고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건에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2016년 9월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그는 바로 소송에 휘말렸다. 상대방이 합의금 1500만 원을 요구했지만, 길고 긴 법적 공방 끝에 결국 벌금형 100만 원을 선고받으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김 씨는 실제 많은 탈북민이 사건에 휘말리는데, 대처 방안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고 지적했다.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자처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한국 사회 정착도 참 힘이 들지만, 이 사회가 정의로움만 갖고는 살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사건으로 깨달았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한 김 씨는 이번 사건으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다는 서글픔도 절실하게 느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조금이라도 더 나약한 마음을 먹었으면 북한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다”면서 “이후 마음을 다잡고 ‘목숨 걸고 한국에 왔는데 왜 이런 일로 상처받으며 살아야 하나’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겠지’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김 씨는 대체 무슨 일을 겪었던 걸까.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던 김 씨는 한국에 정착한 이후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한 건물주를 만났다. 건물주는 사회복지학 교수로 사건 사고에 휘말리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을 위해 단체와 연결해주는 등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던 중 김 씨와도 인연이 됐던 것이다.

건강이 나빠진 건물주는 김 씨에게 간병을 부탁했다고 한다. 김 씨는 흔쾌히 수락했고, 이후 건물 관리까지 맡게 됐다. 오후 12시가 되면 김 씨는 건물 앞 쓰레기 처리는 물론, 길바닥도 깨끗하게 쓸곤 했다. 주변에 술집이 많아 술병, 담배꽁초, 토사물 등 오물이 많았지만 건물주와의 인연을 생각해 불평 한 마디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비가 오던 흐린 날이었다. 건물 앞에 낯선 차량이 주차되어 있었고, 김 씨는 ‘사정이 있겠지’라며 청소를 미뤘다. 하지만 오후 4시가 넘었는데도 차량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업무를 끝내지 못했다는 마음에 김 씨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싶어 차량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불법주차 차량에는 번호가 절반만 보였다. 자세히 보려고 안간힘 쓰던 그 때 맞은편 미용실에서 낯선 사람이 뛰어나오더니 다짜고짜 욕을 퍼부었다. 김 씨는 당황하지 않고 미용실에서 나온 강미희(가명) 씨에게 청소를 해야하니 잠시 차를 빼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러나 상대방은 “너가 뭔데 차를 빼라 마라야”라면서 오히려 더 화를 냈다.

이렇게 차를 잠시 빼줄 수 있겠냐는 요청 하나했을 뿐인데 강 씨는 다짜고짜 김 씨가 차량 범퍼를 부수려고 했다는 둥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그렇게 고성이 오갔다. 당황한 김 씨는 시비가 붙은 사실을 건물주에게 말해야하는지, 신고를 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던 중 경찰차가 도착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부부가 신고한 것. 결국 경찰차를 타고 파출소로 연행됐다.

이 부부는 강 씨 편이었다. 김 씨가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인양 진술했다고 한다. 또한 강 씨는 김 씨가 욕을 하면서 폭력을 행사했고, 머리채를 잡아 내동댕이친 바람에 어금니 3개가 깨졌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당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경찰서에 연행된 게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무고함을 풀어줄 증거물이 부족했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고, 설치되어 있던 CCTV는 노후화 돼 당시 상황을 증명할 수 있을 만한 증거물이 없었다. 강 씨는 김 씨를 결국 폭력죄로 고소했고, 합의금 1500만 원을 요구했다.

이후 강 씨는 김 씨가 폭력을 행사해 입원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실제 상해 진단서를 보면 강 씨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다고 나왔다. 또한 입원의 필요여부, 외과적 수술 여부, 합병증의 발생가능 여부도 “없음”으로 표기되어 있다. 다만 상해의 원인은 타인에게 안면부 구타(환자분진술에의함)이며 상해 부위도 어금니 25, 26번 신경치료 후 보철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김 씨는 진실만이 모든 것을 설명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됐고, 상황은 별로 좋게 흘러가지 않았다고 한다.

김 씨는 남북하나재단을 통해 변호사를 소개받았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바로 마련되지는 않았다.

변호사는 당시 근처에 주차되어 있는 블랙박스를 확인하거나, 맞고소(무고죄)를 하거나, 당시 사건 기록이 있는 경찰관 메모라도 찾아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김 씨를 나무랄 뿐이었다. 억울했던 김 씨는 그저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몰라서”라는 답변만 반복했다고 한다.

그렇게 1년이 지나 김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이 부과됐다. 김 씨는 “나 같은 사람이 다시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많은 탈북민들은 법을 잘 몰라 억울한 상황을 당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억울한 상황을 당했을 경우 바로바로 대처하도록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탈북민의 법률 자문 접근성을 고려한 정착기관 및 법률자문센터 연계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피해를 입는 탈북민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김 씨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