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광산 노동자 가족 굶다지쳐 쓰러져…郡黨, 주민생활 파악 나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8월 11일 무산광산연합기업소가 철정광 생산을 늘리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무산광산의 한 노동자 가족이 굶어 쓰러진 채로 발견돼 병원에 실려 가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무산광산의 한 노동자 가족이 5일 동안 굶던 끝에 모두 빈혈로 쓰러졌는데 이를 발견한 무산광산의 직장 측에서 당위원회에 통보하고 병원으로 옮겨 현재 이들을 소생 중에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무산광산 직장 측은 갱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가 며칠 동안 출근하지 않아 그 집을 방문했다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쓰러져 있던 것을 발견했다.

직장 측은 이 노동자 가족이 어렵게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오다가 닷새 전부터는 조금씩 먹던 미음마저 떨어져 맹물만 먹었고, 이에 급격히 빈혈이 와 쓰러진 것으로 파악했다.

이 집의 가장인 노동자와 그의 아내는 모두 부모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낸 중등학원 출신들로, 무산광산에 무리배치된 뒤 부부가 돼 자식을 낳고 가정을 꾸리면서 어려움이 있어도 털어놓을 사람도 없는 불행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문제가 발생하자 인민반장과 지구반장, 기업소 직장일군(일꾼)들, 작업반장, 직맹위원장, 세포비서들이 줄줄이 군(郡) 당위원회와 기업소 당위원회에 불려가 죽도록 비판을 받고 욕을 먹었다”고 말했다.

당위원회들에서는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8차 당대회 정신은 다 어디에 가고 동네 주민이 죽어가는 데도 돌보지 않고 뭘 하는가” “이렇게 못 살고 못 먹고 굶는 집안이 다 쓰러져 죽게 돼야 안다는 게 도대체 말이 되는가” “본인들이 굶어 죽기 전에는 우리가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은 큰 사고”라고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당위원회는 인민반, 작업반별로 광산 노동자 절량세대를 파악하고, 특히 인민반장들과 작업반의 세포비서들이 함께 집마다 돌면서 쌀독과 밥솥을 다 열어보고 먹거리 상태를 확인해 실태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군 당위원회와 기업소 당위원회는 장군님(김정일) 서거일(12월 17일) 이전까지 모든 주민들의 살림 상태를 보고 대책을 세워 굶어 죽는 주민들이 없도록 무조건 조처할 데 대해 포치하고 실태를 장악 중에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식통은 “이런 집이 한두 곳이 아니고 무산군 주민들이 전반적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는 형편이니 국가의 보살핌 없이 군당의 힘으로만 이 사태를 바로잡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