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보낸 돈 수령 후 체포된 탈북 가족…알고보니 브로커가 신고

북한 국경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에서 송금브로커가 그동안 협력해 왔던 탈북민 가족을 보위부에 신고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1일 회령시에서 최 모 씨가 보위부에 체포됐다”면서 “그는 남조선(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딸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갑자기 체포된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북중 국경연선을 중심으로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사용자를 혁명의 이름으로 무자비하게 쳐갈겨야 한다”는 식으로 선동해왔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선제적 방역과 더불어 도강(渡江), 밀수, 탈북 등 이탈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따로 중국 손전화 사용 및 보유한 경우 자수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을 신뢰하지 않음에 따라 자수자들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적을 올려야 하는 보위 당국은 송금브로커들을 회유, 탈북민 가족들을 먼저 체포하려는 작전을 펼쳤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보위부는 브로커에 ‘장기간 중국 손전화를 쓴 죄는 묻지 않겠다’는 식으로 치밀한 모습도 보여줬다고 한다.

브로커와 보위부의 내통을 알 리 없는 최 씨는 브로커의 집에서 딸과 통화를 하고 돈을 받은 후 출입문을 나서다가 밖에 잠복해 있던 보위원들에게 체포됐다.

또한 최 씨가 갖고 있던 중국돈 8000위안(한화 약 139만 원) 현금을 모두 몰수하고 현재 시(市) 보위부에 감금하고 조사 중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돈데꼬는 협조자로 둔갑시켜 교양 처리로 내보냈다”면서 “그러나 최 씨는 가족은 딸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엄한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의 진상은 주민들 사이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는 “보위부의 협박과 공갈에 서로를 잡아먹는 무서운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