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밀 문건 인쇄 말라”…북한, 잇따른 내부정보 유출에 ‘경고’

본지, '기밀문건 작성에서 지켜야 할 원칙' 입수..."당 안의 비밀 누설 현상 없도록 해라"

북한의 기밀문서 작성 원칙 자료.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최근 북한 당국이 당(黨) 조직들을 대상으로 기밀 작성 및 유출에 관한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부 시스템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당국이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내부 기밀 유출이 체제 유지의 위협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인 차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데일리NK는 이달 초 초급당위원회 등지에 배포된 ‘기밀문건 작성에서 지켜야 할 원칙’을 입수했다. 자료는 7개의 조항으로 구성됐다.

우선 당국은 “문건을 만들 때 비서가 그 내용과 부수를 책임적으로 검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북한의 각 당위원회 비서들은 기밀문건 관리에서 조직부서나 지도원(부원)에게 위임하고 문건 관리를 소홀히 대해왔다. 올해부터는 문건의 중요성에 관계없이 관련 책임자가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관리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또한 “모든 문건은 우리말의 문법적 요구에 맞게 간결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북한에서 한류(韓流)의 영향으로 주민들과 청년들은 물론 간부에 이르기까지 남조선(남한) 말투가 유행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당국이 일명 ‘평양 문화어’ 사용을 통한 정체성 수호를 강조한 셈이다.

다음으로 “모든 문건은 제정된 형식에 따라 규격 용지에 만드는 것을 원칙으로 하여야 한다”면서 “2페지(페이지) 이상 될 때에는 페지마다 아래 가운데 부분에 페지 번호를 쓰고 문건의 왼쪽 모서리를 칠하여야 하며 표지에는 문건 제목과 당조직 이름, 만든 날자(날짜)를 써야 한다“고 적시했다.

규칙 준수를 강조하면서 당 간부들 속에서 안일주의를 경계하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마지막 부분에는 “외부 일군(일꾼)들을 동원하여 문건을 만들거나 정서시켜 당 안의 비밀을 루설시키는 현상이 없도록 하여야 한다”면서 “상급당위원회에서 기요 문건으로 배포 받은 모든 문건은 인쇄, 복사, 타자, 사본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밀 문건 유출 가능성을 사전에 철저히 없애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이를 어긴다면 강력 처벌하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전하면서 흐트러진 내부 기강을 다지려는 의도도 읽힌다.

이와 관련 실제 북한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내부 기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한 간부가 최근 보위 당국에 체포됐다. 이 간부는 수년간 내부문서를 남한으로 유출한 것으로 자백했으며 추가 조사가 현재까지도 이루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국이) 오래 전부터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서는 각방의 노력을 기울여왔다”면서 “그럼에도 내부 기밀 정보가 끊이지 않자 당 조직들에 기밀문서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원칙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