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신문, 박근혜 대표 첫 비난

▲ 노동신문이 박근혜 대표에 포문을 열었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후 북한의 한나라당 비난공세가 갈수록 격렬해지고 있다. 8일만 해도 한나라당 비난기사가 두 건이 실렸다.

지난 10월 15일 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이 처음으로 강정구 교수와 법무부를 두둔했다. 지휘권 발동 3일만의 일이었다.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노동신문이 11월에 들어서는 거의 매일 같이 강교수 구속수사를 주장한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있다. ‘6.25 전쟁은 통일전쟁’ ‘맥아더는 민족의 원수’라는 논리가 남한 내에서 정체성 논란으로 번지자, 이에 편승하기 시작한 것이다.

11월 8일 노동신문은 “대세에 밀려난 자들의 필사적인 몸부림” 제하 글에서 “한나라당 극우보수세력이 동국대학교 강정구교수의 학술론문발표 문제를 가지고 보안법 철페를 막고 반공화국 대결과 반통일 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다”며 이는 “력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고 파멸의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는 한나라당이 반민주적이며 반통일적인 파쑈적기질을 더욱 로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맹비난 했다.

신문은 계속하여 “아직까지 우리 민족내부에 낡은 시대의 오물인 한나라당과 같은 반통일 보수세력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자체가 비정상이며 수치이다”고 못박은 뒤, “미국의 배후조종 밑에 마지막 발악을 하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극우보수세력의 반민주, 반통일 광기를 짓부시기 위한 투쟁을 과감히 벌려나가야 한다”고 선동했다.

같은 날 노동신문은 “또다시 발작한 색갈론 광증”이라는 글을 게재하고, “불안에 떨며 악을 쓰던 보수세력들은 동국대학교 교수 강정구가 인터네트 언론에 낸 기고문에서 ‘맥아더는 한국인들을 구원한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생명을 앗아간 원쑤’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라고 표현한 것을 트집잡아 마침내 ‘정체성’ 소동의 불집을 터뜨렸다”고 논란의 전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남조선 정치권(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내에서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서 11월 4일과 6일 노동신문은 ‘규탄배격 당하는 반통일 무리’ ‘비열한 집권야망’이라는 글에서 “시민사회단체들과 청년학생들이 한나라당의 반민주, 반통일적 망동에 분노를 금치 못해 하면서 반통일에 미쳐 날뛰는 한나라당을 박살내자며 반역패당을 역사의 쓰레기통에 처박기 위한 투쟁에 힘차게 떨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얼마 전에는 이 당의 대표가 그 무슨 의원총회라는 것을 열고 각오를 단단히 다지자고 력설했는가 하면 상임운영위원회라는데서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그 무슨 투쟁까지 호소하였다”며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겨냥, 포문을 열었다.

노동신문이 박근혜 대표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북한은 김정일과 접견한 바 있는 박대표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은 자제해 왔다.

정체성 혼동, 내부분열, 한나라당 견제

그런 북한이 학자인 강교수 문제를 놓고 이처럼 날카로운 어조를 구사해가며 설전을 벌이는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분석된다.

첫째,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허물기 위해서다. 북한은 ‘6.15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한의 민심을 ‘민족공조’와 ‘우리민족끼리’에 붙들어 매려고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국가보안법’을 없애고 ‘주적’ 개념을 지워버리고, 남한 사람들이 안보의식을 무력화 하려는 것이다.

북한이 강교수를 싸고 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들의 입맛에 맞는 것은 ‘6.25는 통일전쟁’ ‘맥아더는 원수’라는 것뿐이다.

강교수가 주장한 ‘6.25는 통일전쟁이긴 하나, 김일성의 남침’이라는 주장은 북한도 수용할 수 없는 논리다. 그런 쓴맛을 감내하면서까지 정체성 혼란 부추기기를 위해 강교수를 싸고 도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 학자의 학문을 존중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둘째, 남한내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다. 여야간, 좌우간, 진보와 보수간의 대립과 갈등, 남남갈등 유발은 대남전략의 기본방침이다. 하나 둘씩 떼어내는 ‘각개격파’ 전술이다.

셋째, 향후 대선을 포함, 남한의 보수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다. 북한은 참여정부와 같이 대북지원을 잘해주고 있는 정권이 차기에도 계속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권경쟁자인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나라당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이다. 박대표를 처음으로 비난한 것은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을 전면전으로 몰아가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