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길 한걸음, 그 고통 한걸음

▲ 21일 시작된 납북길 따라 걷기 행사

‘6.25전쟁체험 제2회 납북길 따라걷기’ 행사가 21일 오전 9시 구(舊)서대문형무소(독립공원 소재) 안에서 대회식을 가지고 1박 2일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이사장 이미일)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6.25 전쟁 납북인사의 납북 길을 따라 걸으며 납북 인사의 생사확인 촉구하고, 국회에 상정된 「6.25전쟁 납북자 명예회복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기를 바라는 취지에서 개최됐다.

<6.25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미일 이사장은 대회사를 통해 “지금 모인 서대문형무소는 우리의 아버지, 형제, 아들들이 북에 끌려가기 전에 갇혀있었던 곳”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빼앗긴 피붙이들이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의 송환을 위해 아무도 나서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지금의 정부가 북으로 끌려간 자국민들의 생명은 왜 외면하고 있느냐”며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 납북자의 인권은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족들의 억울함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도 증언자들이 세상을 떠나거나,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하다”고 말하며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생존하는 납북자들의 송환, 이미 사망했다면 그 유해라도 돌려받을 수 있도록 국내외적인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친이 납북자이기도 한 열린우리당 유재건 의원도 참석, “나를 포함해 우리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50년간 억울한 일을 많이 겪어야 했다”며 “평생 아버님을 기다리다 눈을 감은 어머님의 유언을 받들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안청자(66)씨는 50년 8월 강원도 춘천에서 납북된 오빠 안호철(납북당시 18세)씨의 사진을 가슴에 안고 “생사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안씨는 “정치인이 앞장서도 되지 않고, 개인의 노력으로도 되지 않은 세월 속에서 가족들은 너무나 지쳐있다”면서 “노모가 오빠의 영정사진을 붙들고 자리에 누워계시는 모습을 보면서 생사만이라도 확인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덧붙였다.

대회식을 마친 참가자들은 6.25 당시 납북 경로였던 서대문형무소부터 미아리를 지나 우이동에 이르는 16km의 납북경로를 걷게 되고, 이튿날에는 강원도 민통선 내 월정리를 방문, 기념행사를 가진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