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특별명령서’에 식량·전기·수도 공급 정상화 의지 드러내”

소식통 "구체적 대안 없고 여전히 자력갱생만 강조...공급, 각 지역 도당에 떠 넘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전날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 3일 차 회의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전원회의에서는 총비서 동지(김정은)의 제기를 크나큰 충동과 격정 속에 심의하고 전폭적인 지지와 찬동 속에 관련 결정서를 전원일치로 채택했다”라고 전했다./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 주민들의 생활 안정을 위해 직접 서명한 ‘특별명령서’에는 식량 문제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땔감 공급의 정상화를 위한 지시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국가는 여전히 뚜렷한 대책 없이 각 지역 당(黨)에 공급 책임을 전가하는 수준이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30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특별명령서에는 ‘앞으로 5년간 국가가 호주(戶主)가 돼 인민들의 식의주(의식주) 문제를 책임질 것’이며 ‘이를 위해 국가 기구와 조직사업, 당의 방침 등 모든 것을 인민생활 안정에 집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18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고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이 인민생활 안정을 위한 조치를 지시한 적은 있지만 이를 명령서 형태로 만들어 직접 서명하고 이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분석된다.

당시 매체는 특별명령서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식량 공급의 정상화, 전기, 수도 및 땔감 공급, 주택문제 해결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민들의 식량 문제 해결을 중점적으로 언급했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회의에서 “농업부문에서 지난해의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 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이전 전원회의에서 그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군량미를 풀어 다음달 초부터 전국적으로 쌀을 공급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김정은 ‘특별명령서’ 이행…주민에 “군량미 풀어 식량 공급” 예고)

그러나 쌀을 무상으로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가격보다 20~30%가량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배급이라기보다는 국가 식량판매소를 통한 식량 공급 확대의 의미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당국이 식량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해 일부 생활고를 덜어주고 최고지도자가 민생 문제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점을 선전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특히 당국은 식량 공급을 확대해 시장의 쌀 가격을 안정화하는 효과도 일시적으로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매력이 없는 저소득층과 절량세대(돈도 식량도 없는 극빈곤 세대)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 ‘인민 생활 개선’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 대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특별명령서에서 언급된 전기, 수도 공급 정상화를 위해 도·시·군 당에 중소형 발전소 정비 및 물길 공사, 상하수도 정비를 지시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회의에서 도당 책임비서들이 어머니가 되어 전기, 물 등을 보장해야 한다며 각 지역에서 책임지고 인민들의 생활과 관계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200여 개 도시의 전력, 수도 공급 수준을 등수화해 1년에 한번씩 총화(평가)를 통해 책임비서들에 대한 상벌 조치를 실시한다는 지시도 하달했다.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해 공급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결국 자력갱생으로 인민 생활을 안정시키라는 뜻이어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실제 공급은 도당 간부들이 하고 우(위·당국)에서는 총화만 짓겠다는 것인데 결국 책임전가 아니겠냐”면서 “지금까지 해온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