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보류’ 지시에 대남전단 살포 계획도 ‘올스톱’

김여정 화상회의 당일 통전부에 "대적사업 일시 중단" 지시…삐라 소각 않고 창고 보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각지에서는 대규모적인 대남 삐라(전단) 살포를 위한 준비 사업이 맹렬히 추진되고 있다”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대남전단 살포를 예고하고 실제 준비에 나섰던 북한이 계획 실행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열린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예비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화상회의 당일 오후 2시에 대적사업을 일시 중단한다는 김여정 동지의 지시가 통일전선부에 내려졌고, 같은 시각 최고사령부는 총참모부에 전투준비태세에서 명령을 기다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화상회의로 당중앙군사위 예비회의를 진행한 지난 23일 당일 ‘경애하는 최고영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지도하신 제7기 제5차 당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 사상을 집행하기 위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동지 지시’라는 제목의 문건이 통일전선부에 내려졌다.

해당 문건에는 ‘김정은 원수님의 노선과 정책관철은 우리 당과 일꾼들의 확고부동한 사상이며 이를 집행하기 위해 당중앙은 다음과 같이 지시한다’며 ▲대남 삐라 및 대적사업을 일시 중단할 것 ▲통일전선부는 이미 인쇄된 삐라 선전물들을 한 장도 누락 없이 통일적으로 관리할 것 ▲지시가 있을 때까지 대외선전에서 일체 대남비방을 하지 말 것 등 구체적인 김여정의 지시사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총참모부에 내려진 최고사령부 명령에는 ‘지상·해상·공중 및 분계연선 지역에서 지금의 전투동원태세를 견지하며 명령을 기다리라’는 내용과 함께 하계훈련 준비와 관련한 지시사항이 담겼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25~28일 사이 대학생 등 민간인들을 동원해 최전방 군사지역에서 풍선과 드론으로 대남전단을 살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실제 한편에서는 대남전단 살포 현장을 취재할 지역별 특파기자들을 모집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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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전연(전방) 지역과 분계선 지역에 삐라 살포 나갈 인원들이 기업소, 대학 청년동맹, 당위원회에서 선출돼 강습을 기다리던 상태였고, 군에서는 살포 지역과 기재를 미리 점검하고 김여정 동지에게 보고 올린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민간과 군에서는 대남전단 살포 계획을 실행할 준비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전례 없이 개최된 당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돌연 대남 군사행동 보류 결정이 내려지면서 대남전단 살포 계획도 일단 중단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회상회의에서 대남 군사행동 계획이 보류됐기 때문에 삐라 살포가 중단된 것”이라며 “특히 전염병(코로나19)도 부담됐는데 실제로 당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 이후에 비상방역 화상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김여정의 지시에 따라 인쇄된 대남전단은 통전부가 모두 거둬들인 뒤 현재 창고에 넣어 관리 중이며 최고사령부의 지시를 받은 총참모부는 대비 태세에서 하계훈련에 돌입할 준비를 갖추고 군사분계선 지역의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북한은 앞서 한국 주민 1명당 한 장씩 대남전단을 보게 한다는 의미에서 5000만 장을 준비해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비방 문구를 담은 것과 평양 연설 및 공연 관람 당시의 문 대통령 얼굴에 낙서한 것 등 50여 가지의 전단을 제작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현재로서는 통전부가 삐라를 소각하거나 처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후에 다시 계기점이 되면 문재인이 대통령을 할 때에는 언제든 써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로서는 살포 계획이 중단됐지만, 북한이 향후 전단을 활용해 대남 선전전을 펼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