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남북경협, 北 ‘현금빨대’ 전술 대응필요

▲종합레저 단지로 변모하고 있는 금강산특구(출처:연합)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 대북 관광사업을 대폭 확대하기로 합의하면서 민간차원 남북 경협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남북 경제협력 추진 합의에 이어 대북 관광사업 확대가 발표되면서 향후 핵 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합의는 북측이 관광 대가로 지불되는 현금의 추가 확대 필요성 때문인 것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보인다. 여기에 대북 관광사업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는 현대아산의 적극적인 사업확대 목표가 맞물린 결과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핵 문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과 국내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대가 지불한 수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이 북측에 흘러 들어가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된 상태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이 2.10 핵 보유 성명을 발표하자 이러한 의혹은 현실로 나타났다.

미국 의회 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연구원은 지난 2월 한∙미 관계 보고서에서 “현대가 북한에 지원한 11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닉시 연구원은 북한이 99년부터 2001년까지 해외에서 우라늄 농축용 부품을 대량 구입했다는 미 정보관계자의 말을 증거로 제시했다.

남한, 대북 현금지원 총액 10억 달러(1조원) 수준

금강산 관광 사업 대가로 지불한 액수는 1999∼2003년까지 공개적으로 지불한 액수는 사업권 명목으로 지불한 현금 5억 달러와 매년 관광 대가로 지급한 현금 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부터는 관광객 수에 따라 지원액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2박 3일 관광객 1인당 50달러씩, 총 1,100만 달러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남한은 금강산 관광 대가 이외에도 개성공단 노동자 월급을 통해 북측에 현금을 지원받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약 1천여 명의 노동자를 대상으로 57.5 달러의 월급이 지급되고 있어 모두 합하면 월 7만 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대북 관광사업의 효용성을 주장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금강산 관광이 서해교전 같은 남북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추진되어온 결과 한반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남북관계를 떠나 지속적으로 추진된 금강산 관광이 결국 남북 경협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때 위기에 처했던 금강산 관광이 정부 지원과 북측의 양보로 되살아난 만큼 경협 성공모델로 계속 확대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경협 확대, 핵개발과 무관하다는 인식 심어줄 우려

또한, 관광사업의 특징이 북에 시장경제를 이식하고 북측이 강조하는 ‘사회주의 모기장’을 무력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확대되는 것이 북한의 변화에도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교류가 지나치게 앞서가는 데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그동안 주장해온 핵과 경협의 분리 노선이 결국 북한에게 핵 개발과 경제지원은 무관하다는 인식을 심어줘 오히려 핵 문제 해결의 장애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송영대 전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그동안 경협과 핵을 분리한다는 전략을 세워왔고, 노무현 정부도 이를 수용해온 결과 핵 위기 상황에도 경협은 확대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북한이 전력 공급에도 핵 포기에 응답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협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송 전차관은 이어 “당근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북한이 핵 포기를 명시적으로 밝힐 때까지는 경협과 핵문제를 연계시키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남북 경제협력은 핵문제 해결 경과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북간 교류 협력사업이 북한 핵문제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주목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