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율조사부, 평양·개성·남포서 검열 중… “당원들 손에 땀 쥐어”

행정일꾼 개별담화하며 조사…상반기까지 13개 도·직할시·특별시 당 조직 검열 마무리 계획

지난 1월 7일 제8차 노동당 대회 3일 차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올해 초 8차 당대회를 계기로 신설된 당 규율조사부가 현재 평양과 개성, 남포에서 검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당 규율조사부는 지난달 16일 김정일 생일(광명성절)까지 조직 구성 작업을 완료하고 18일부터 수도 평양직할시와 개성특별시, 남포특별시 등 3곳에서 본격적인 검열에 착수했다.

소식통은 “먼저 13개 도·직할시·특별시 당 조직을 검열하는데, 한 번에 3~4곳씩 나눠서 한다는 계획”이라며 “상급에서는 도·시당 규율조사부가 자기 지역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당 조직을 검열하게 한다는 방침이지만, 평양만큼은 지방 일군(일꾼)들이 올라와 헤집고 다니게 할 수 없다고 해서 중앙당 일군들이 내려와 직접 검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평양에는 중앙당 규율조사부 성원 5명을 포함해 총 11명의 중앙당 일꾼들이 검열을 진행 중이며, 개성과 남포는 시당 규율조사부 일꾼 등 10여 명이 서로 지역을 맞바꿔 검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당국은 개성과 남포시당의 일꾼들이 검열에서 발견된 비리나 부정부패를 서로 눈감아줄 수 있다는 우려에 최소 1명의 중앙당 규율조사부 일꾼을 현지에 파견해 전반적인 검열 상황을 파악하도록 했다고 한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중앙당 일꾼들이 검열이 마무리된 뒤 종합적으로 보고서를 올리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매주 바로바로 보고서를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중앙에 올려진 보고서는 조용원 비서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번 검열의 대상은 시당 조직부·선전선동부·청년사업부·경제부 일꾼들로, 규율조사부는 당의 경제 사업과 관련해 당 일꾼들이 행정일꾼들을 제대로 뒷받침했는지, 또 이를 위한 조직 동원과 정치사업을 현실성 있게 진행했는지를 중점에 두고 검열 중이라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규율조사부 검열성원들은 행정일군들과의 개별담화를 통해 당 일군들이 중앙에서 내려오는 방침과 지시에 맞게 회의, 강연, 침투를 제대로 했는지, 현장의 애로 사항들을 듣고 이를 어떻게 풀어줬는지 등을 료해(파악)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소식통은 당 경제부에 대한 검열과 관련해 “경제부 일군들이 외화벌이기관이나 무역기관에 허가증을 내리는 권한을 내세워 뒷돈을 받거나 정실안면(학연·지연)관계로 당 규율과 어긋나는 행위를 한 것이 있는지 샅샅이 들여다보는 검열도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규율조사부는 지역 당 조직의 당원등록과와 당생활지도과에 대한 검열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년간 입당한 인원이 많았음에도 당 사업에서의 결함이 나타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그간 어떤 이를 당원으로 입당시켰는지, 이들의 당 생활 동향은 똑바로 기록하고 관리했는지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규율조사부가 당 조직 전반에 대한 검열에 돌입하자 검열 대상이 되는 당 일꾼들은 “작은 사안이라도 걸리면 본보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며 두려움을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당 일꾼들은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옷이 어디 있냐”며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행정일꾼들과 노동자들은 당 일꾼들에 대한 규율조사부의 검열이 시작되자 “일하는 자 따로 총화 짓는 자 따로니 그동안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했다” “경제를 살리자면 진작에 당 일군들에 대한 검열을 해야 했고 앞으로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면서 반색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행정일군들이나 일반 노동계급은 그동안 당 세도를 너무 많이 받아 기업소 지배인보다 당비서를, 기술부보다 당위원회를 더 무서워했기 때문에 이번 검열을 통쾌해하는 분위기이고, 반대로 당 일군들은 이때까지 자신들이 누군가를 평가해오다 처음으로 자신들이 평가를 받게 됐다면서 손에 땀을 쥐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평양, 개성, 남포시당에 대한 검열을 이달 중순께 마무리하고 이후 다른 도 및 특별시당 3~4곳씩 순차적으로 검열을 진행해 올해 상반년까지 당 규율조사부 검열사업을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평양, 개성, 남포에 이어 다음 차례로 검열을 받을 지역의 당 조직이 어딘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으며, 검열이 시작되기 전까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