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봉쇄 길어지자 수입 식품 씨 말라…중국산 콩기름값 천정부지

소식통 “1년 가까이 기름 맛 못 본 사람 많아…영양부족 문제도 심각”

지난 2013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기초식품공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김 위원장 앞으로 공장에서 생산한 콩기름이 있다. 그러나 북한은 콩 생산량이 많지 않아 충분한 양의 콩기름을 생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북한 당국의 국경봉쇄 정책이 장기화하면서 북한 시장에서 수입 식품을 찾기가 더욱 힘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식용유와 같은 일상적인 식자재도 부족해 최근에는 영양 결핍으로 인한 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봉쇄가 길어지면서 시장에 중국산, 동남아산 수입 식품이 없다”며 “특히 콩기름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 1년 넘게 기름 맛을 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국경봉쇄 이전 북한 시장에서 중국산 콩기름 1kg의 가격은 대략 북한돈 1만 원에 거래됐지만, 최근에는 3배 이상 가격이 상승해 3만 원이 넘는 가격에도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마저도 물건이 없어 시장에서 수입 식용 기름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주민들의 생활고가 심화하면서 육류를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 식용유까지 섭취하지 못하면서 무기력, 시력 저하 등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도 증가했다고 한다.

수입 식자재 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증가하자 북한 당국은 콩기름 등 식용 기름을 각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지시까지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용 기름 자체 생산과 관련한 지시를 받은 지역 당(黨)과 인민위원회는 콩이나 해바라기를 경작해 국산 식용유를 생산 및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양강도 갑산군 당위원회는 지난 4월 콩 경작지를 확보해 주민들에게 콩기름을 제공하겠다며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 소토지를 반납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갑산군당 “콩기름 정기공급하겠다”며 뙈기밭 50% 회수 나서)

전국적으로 수입 식품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각 지역에서 식자재 자체 생산을 위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이 또한 북한 당국의 계획대로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은 산악 지형이 많아 경지 면적이 부족한데다 농자재도 부족한 현 상황에서 새로운 작물 경작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경작지가 있다면 쌀이나 감자 같은 주식 위주로 재배를 하지 기름 작물을 재배하겠냐”며 “기름을 얻기 위해 해바라기나 콩을 심는 것은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봉쇄를 풀고 예전처럼 무역을 할 수 있게 해주면 문제가 해결될 텐데, 왜 점점 더 문제를 어렵게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당장 먹을 것이 부족해 절량세대도 늘어나지만, 밥을 겨우 먹는 사람들도 영양 부족으로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