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문건에 `북핵폐기’와 `검증’ 명시 가닥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은 제4차 북핵 6자회담에서 공동문건의 최대 쟁점인 한반도 비핵화 표현과 관련해 ‘북핵폐기’와 ‘검증’을 명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개국은 또 북미간 최대쟁점 중 하나인 농축우라늄(EU) 핵프로그램 보유 문제는 1992년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유효성을 재확인하는 방식으로, 평화적 핵이용권은 북미 양측의 입장을 감안해 ‘모호하게’ 표현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이에 대한 5개국의 상응조치로는 미.일의 대북 관계정상화와 대북 안전보장을, 그리고 우리 정부의 중대제안인 전력공급과 함께, 공급시까지 중유제공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상호조율된 조치에 따라 진행시킨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6개국은 이날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전날 5시간30분간 차석대표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도 3시간30분간 차석대표회의와, 북.미와 남.북을 포함한 동시다발적 양자협의를 갖고 중국의 공동문건 2차 초안을 놓고 집중적인 문안 조율작업을 벌였다.

6개국은 이를 바탕으로 2일 수석대표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회담에 참석 중인 정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6개국이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문제 해결 과정의 실질적인 첫 걸음을 뗄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지가 있다”면서 “핵심쟁점을 피해가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달려들어 최대한 접점을 도출하고 있어 성과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다루고 있는 보따리는 상당히 무게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 공동문건에 ‘검증’과 함께 ‘북핵폐기’라는 표현을 명시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표현에 대해서는 참가국들간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포기’(abandonment)라는 표현을 고수하고 있으나, 한.미 양국은 ‘폐기’(dismantlement)라는 표현을 반드시 집어 넣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에 북한도 다소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북한의 평화적 핵 이용권에 대해서는 ‘모호한’ 표현이 모색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경수로를 포함한 평화적 핵이용은 북한이 당장 NPT(핵무기비확산조약) 회원국이 아닌 만큼 현 상태에서 못하게 하더라도 추후 북한이 핵폐기와 검증을 거쳐 NPT 회원국이 되면 그 때는 허락할 수도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모호하게’ 넘어가는 게 북미 양국에게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평화적 핵 이용권을 ‘모호한’ 표현으로 처리함으로써 미국으로서는 현 시점에서 평화적 핵이용권을 중단시키고, 북한으로서는 추후 회복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각자 유리하게 해석할 여지가 남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미국으로서는 대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를 유지했다고 주장할 수 있고, 북한도 미국이 CVID 원칙에서 후퇴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모호성에 기반한 윈-윈게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6일 개막식 인사말에서 북한이 “영구적이고, 충분하고, 검증가능하게(permanently, fully, verifiably)” 핵프로그램들을 폐기(dismantle)하는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한 바 있으며, 이는 종전 CVID 구성 가운데 핵심이었던 ’완전하고(compelete)’가 ‘충분하게(fully)’로 강도 면에서 약간 하향 조정되었다는 뉘앙스를 준 바 잇다.

의장국인 중국측은 이날 밤 공동문건 3차 초안을 회람시킬 예정이어서 2일 수석대표회의는 이를 바탕으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미사일, 일본인 피랍문제 등에 대해 일본측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 공동문건을 채택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