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門 닫히면 재개 요원해 질 가능성 크다

개성공단 상황이 결국 폐쇄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우리 정부가 26일 오전까지 회신을 요구했던 당국회담 제의에 북한이 불응하자, 우리 정부는 예고했던 ‘중대한 조치’에 돌입했다. 중대조치 내용은 잔류인원 전원 철수다. 예상보다 수위가 높은 강수다.


정부의 성명 발표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안보외교장관회의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개성공단을 정상화하는 것이겠지만 무작정 한없이 기다려야 하는 건지, 국민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고 말해 이 같은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을 내세워 “남조선 괴뢰패당이 계속 사태의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선수를 쳤다. ‘최종적이고 결정적인 중대조치’는 사실상 공단 폐쇄까지 내포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그러면서 “생명이 걱정된다면 남측으로 모든 인원을 전원철수하면 될 것”이라며 “철수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신변안전보장 대책을 포함한 모든 인도주의적 조치들은 우리의 유관기관들서 책임적으로 취해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나갈 테면 나가라’는 으름장인 셈이다.


북한이 ‘남한의 사태악화 추구 시’라는 조건을 내건 것은 정부의 ‘중대 조치’에 이은 북한 당국의 결정에 대한 ‘명분 쌓기’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조치를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조절해 나가겠다는 차원이다. 공단의 노동 인력과 부지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단 운영 결정의 키(key)를 쥐고 있는 자신들의 상황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이 일시적인 달러 수입이 사라지는 손해를 무릅쓰고 개성공단 폐쇄 직전 상황까지 몰아가는 것은 향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확실히 자신들이 쥐고 가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맞게 되더라도 입게 될 피해가 크지 않다는 계산도 마쳤을 수 있다. 이미 북한 입장에서는 대중 무역의 규모가 커지면서 그만큼 개성공단의 매력은 약화된 상황이다.


또 개성공단이 남한사회에 대한 동경심을 증대시켰던 요인이었다는 점 역시 고려됐을 수 있다. 알려진 바대로 공단 노동자에 간식 용도로 제공되는 초코파이, 커피믹스, 라면 등은 북한 시장에서 고가에 판매되는 인기 품목이다.


집권 2년 차인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현재 충분치 않은 조건에서 ‘최고 존엄 훼손을 용서할 수 없다’는 내부 충성경쟁에 대한 반응일 수도 있다. 간부들의 충성경쟁에 호응하는 것이 경제적 실익이나 남북관계 개선보다 우선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김정은 체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경우 개성공단 정상화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으나, 단시일 내 북한의 외교·경제 상황이 개선될 개연성이 높지 않고 주민들의 충성심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개성공단을 둘러싼 적당한 긴장감을 체제결속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상황이 당장 남북대화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수습하기 어려운 파국 직전 단계까지 치달은 상황에서 분위기가 급격히 바뀔 개연성도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 중국을 상대로 양보와 통 큰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남북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취급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미 핵보유국을 선언한 북한은 미국에 군축회담과 평화협정을 갖자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과의 단판을 통해 남북문제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속셈이다. 북한은 미국을 주요 협상 대상국으로 두고 남한은 들러리 정도로만 여기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일관되게 펴왔다.


북한은 또 중국의 설득에 응해 대화 테이블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추고 이를 통해 대규모 경제 지원을 약속받고자 할 수 있다. 중국의 군사동맹 유지 확인을 통해 체제 안전 보장도 노릴 수 있다.


우선 남측 노동자가 철수된다고 해도 기업들의 생산시설 철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로 신중할 수밖에 없다. 노동자 철수 결정은 식자재가 바닥난 조건에서 불가피한 조치지만, 생산시설 철수는 공단 폐쇄 결정과 같은 의미로 해석돼 먼저 공단 폐쇄를 결정하는 멍에를 져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운영 지속 입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도 금강산관광지구에서 남측 재산을 동결·몰수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남한 정부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계약파기→부동산 조사→동결·몰수’로 단계적으로 수위를 높여갈 수 있다.


그러나 향후 경제개혁이나 개방 과정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부담이 있다. 향후 북한이 미국, 중국과 관계개선에 일정한 성과를 낸 후 공단 정상화를 제안할 수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일방적인 통행 제한 등에 대한 재발 방지를  우선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또다시 큰 진통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