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 뿌리’가 뭐길래…북한 20대 군인, 청년들 ‘뭇매’에 사망

소식통 "'1인당 10마대' 상부 과제 채우려 지역 농장 들어갔다가 변 당해"
'군민관계' 훼손 우려 안전국 "토박이 청년 아냐, 전과 있던 탄원자들" 변명

북한 가뭄 피해
양강도 삼수군에서 촬영한 옥수수밭 풍경.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상부의 명령에 따라 월동 준비를 하던 20대 북한 군인이 농장을 지키던 청년들에게 맞아 죽는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8.15 훈련소(황해북도 서흥군) 후방사령부 인근에서 벌어진 이른바 ‘땔감 다툼’으로 군인 신 모 씨(20, 중급 병사)가 사망하고 지역 청년 3명은 구속됐다.

신 씨는 8.15훈련소 후방사령부 선로분대 소속으로, 지난 9일 부대 인근 농장 청년분조 밭 강냉이(옥수수)를 수확한 밭에 남아 있던 강냉이 뿌리를 캐내 흙을 털어 모아 말렸다.

10월과 11월 군 훈련준비 및 월동준비 기간이라 훈련소 지시로 구분대별 월동준비를 위한 작업에 동원된 것이다. 옥수수가 기본작물인 황해북도에 주둔한 후방사령부 군인들에게 있어 강냉이 뿌리는 중요한 ‘땔감, 월동품’이다.

이에 따라 신 씨도 월동준비로 1인당 매일 강냉이 뿌리 10마대를 말려 바쳐야 한다는 선로분대 명령 지시를 월동준비과제로 받았다.

신 씨는 자기 구분대 부업밭에서 강냉이 뿌리를 다 캐고도 월동준비 개인 계획량이 부족하자 인근 농장밭의 강냉이 뿌리를 캐기 시작했고 현장에서 지난 9일 농장 청년분조원 3명의 청년들에게 걸려 ‘모두매(뭇매)’를 맞아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재 청년분조원 남성 3인은 모두 ‘과실적 중상의 살인죄’로 서흥군 안전부에서 예심 중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청년분조 청년들은 전부 평안남도 중등학원(고아들이 가는 고등학교) 졸업생들인데 이번 봄에 탄원해 왔다”면서 “그들도 탄원 첫해 겨울나기 준비를 하느라고 강냉이 뿌리를 결사적으로 지키다가 과실로 사람을 쳤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에서는 겨울철 땔감 나무가 말 그대로 금값이다. 더욱이 군부대별 국가공급 석탄, 화목(火木) 작업으로 획득한 나무로는 10월 15일부터 시작해 3월 15일까지 보장해야 하는 병영, 병실별 땔감을 충당하기가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훈련소에서는 부대 식당, 군관 가족들 화목 공급도 부족한 상황이라 군인병영 병실 설치 난로를 덥히는 땔감은 전적으로 자력갱생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면서 “강냉이 뿌리 흙을 털어 눈 오기 전에 많이 말려 장만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는 말을 수시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난방 연료 국가 공급이 부족해 8.15 훈련소 군인들은 병실용 난로 땔감 마련을 위해 강냉이 뿌리를 경쟁적으로 수집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8.15훈련소, 후방사령부 직속구분대 군인들과 주민들 사이 군민 관계는 악화될 조짐이다. 이를 우려한 황해북도 안전국 일군들이 8.15훈련소 측에 ‘어이없는’ 답을 내놔 충격을 주고 있다.

소식통은 “훈련소 후방부 선로분대 군인 사망으로 온 훈련소가 격분해하자 안전부에서는 ‘이번 사건 가담자 3명은 황북 본토배기(토박이) 출신이 아닌 평안남도 탄원자들이고 패싸움 전과도 있었다’면서 같은 황해북도 사람이 아니라고 변명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