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비혼 심각… “북한 여성들, ‘결혼=노동단련대行’ 인식”

김정은 新 육아정책 강조에도 냉담...소식통 "경제적 불안감 생각보다 큰 것"

평양시민들의 모습. 한 여성이 클러치백을 들고 있다. /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새로운 육아 정책 집행을 강조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결혼 자체를 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원수님(김 위원장) 시대 들어서서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면서 “한 명은 낳아 남들보다 더 잘 키우겠다는 욕망마저 사라지고 이제는 낳지 않는 것을 택한다”고 전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지난 4월 발간한 ‘2021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9명으로 세계 평균인 2.4명에 크게 못 미친다.

북한 당국도 저출산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고 새로운 육아 정책을 만들고 이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서 “당의 새로운 육아 정책을 집행하기 위한 사업을 실속 있게 전개해 전국적인 젖 생산량을 현재의 3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며 “젖 가공 기술을 발전시키고 젖 제품의 질을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혼한 청년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양육에 대한 부담을 느껴 임신과 출산을 꺼리고 있으니 이를 해결해주겠다는 나름의 유인책을 제시한 모습이다.

실제, 북한 당국은 최근 산모들과 5살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젖 제품과 우유를 비롯한 가공식품들을 국정 가격으로 공급해주도록 기관·기업소들에 지시했다.(▶관련기사 : 북한도 저출산 문제 심각… “당의 육아정책 관철 모범 보여라”)

그러나 주민들은 당의 새로운 양육 대책이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비껴갔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조선(북한)의 출산율은 젖 제품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면서 “일반 주민들은 젖 제품 공급에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식을 낳아 고생시킬 바엔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주민들이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당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출산 문제가 양육 비용에 대한 부담감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인 경제적 불안정에서 오는 생계유지 곤란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당국이 제시한 유인책은 출산율 상승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꼬집었다.

평양산원
평양산원. /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또한, 북한의 저출산 대책이 육아 부담을 해소하는 방향에 맞춰져 있을 뿐 임신, 출산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수령님(김일성) 시대에는 그나마 해산 후 산모들에 대한 우대정책이 있었다”며 “그렇지만 장군님(김정일) 시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국가의 정상적인 의료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혜택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평양산원을 비롯한 일부 대도시의 병원에서 해산할 때 미역국 정도는 보장해준다”며 “그 외 국가적 혜택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해산을 위해 의료진들에게 대접을 해줘야 하는 실정이다”며 “일부 주민들은 해산을 잘하기 위해 의사들에게 돈을 주는 인사 차림(뇌물)을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근에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결혼조차 하지 않으려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결혼하는 순간부터 여자는 노동단련대 생활이 시작된다는 유행어가 있다”며 “그만큼 결혼에 대한 여성들의 시선이 그리 밝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므로 결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여파로 인해 출산, 결혼 문제가 더 심각해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북한은 출산율 저하를 막기 위해 의사들의 피임·낙태 시술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암암리에 피임과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성인 여성들은 고리(피임 도구)를 사용한다”며 “특히 고급중학교(우리의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부모들이 대부분 자식에게 고리를 하게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법적으로는 고리 시술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부분 돈을 받고 몰래 해준다”며 “낙태한 내용이 검찰소 검열에서 제기되면 노동단련대 처벌받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산부인과 의사들은 고리나 낙태를 몰래 해주면서 돈을 번다”며 “그들의 일거리가 영 없는 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