舊 사회주의 국가 사례를 통해 본 北 사유화 현상

현재 북한에서는 공식경제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구(舊)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진행한 개혁조치들은 현재 북한의 문제임과 동시에 미래 한반도 경제공동체를 구상하는 우리의 문제라는 시각에서 함의를 부여하는 사례로써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점진적 개혁 : 지방정부와 결탁 현상

중국은 점진적 제도적 개혁을 통하여 민영화(사유화)를 진행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공유제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소유제의 개념을 도입하고 기업 개혁을 진행한 중국에서는, 현실에 맞도록 혼합소유경제 도입을 통하여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외국인과 외국법인들로 하여금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하였다. 투자의 허용은 곧 투자에 대한 소유지분 취득을 의미하게 된다.

중국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민영화 노력은 사업으로 얻어진 수익에 대한 R&D 등 부문에 재투자역량을 제고하는 ‘이윤유보제’,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이개세(利改稅)’ 제도의 도입, 계약한 성과에 기반하여 수익을 귀속시키는 ‘청부경영제’와 공개입찰을 통하여 선정된 임차경영자가 개인재산을 기업에 제공하는 조건으로 3년 주기 임대계약을 통한 독립적 경영을 하게 되는 ‘임대경영제’ 등의 제도의 도입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위와 같은 제도의 도입은 물리적 소유의 직접적 지분을 의미하지는 않았지만, 미래 시점에서의 수익에 관한 잠재적 소유에 기반하게 된다. 효율성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이러한 시도들은 인간 욕구(needs)의 자극을 의미한다.

이후 중국 당국은 국유기업을 대상으로 법인화를 진행하고 국가가 전체 자산에 관한 물리적 지분을 가지고 유한책임을 지는 범위 내에서, 나머지 지분을 민간에 이양하는 개혁을 진행하였다. 동시에 중국 내 비국유부문 기업들은 그들의 성장이 그 지방의 지위와도 연관을 가지는 지방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였다.

러시아(구소련)의 급진적 개혁 : 특권계층과의 결탁 현상

러시아의 경우는 정치적 체제의 변화가 진행되는 혼란 속에서 급진적으로 사유화가 진행된 사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소련 말 개정된 헌법에서는 소련시민의 소유권과 집단적 소유권, 그리고 국가적 소유권의 기초로, 개인이 재산을 독자적인 경제활동 등 여타 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 명시하였다. 개인의 기관·기업소를 대상으로 하는 생산수단의 투자를 허용한 이러한 조치들은 개인소유에 관한 사실상 모든 자유가 허용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개인 소유권 확대를 허용하면서 러시아 당국은 주민들에게 바우처(voucher)를 거의 무상으로(1루블 당 1만 루블의 바우처) 지급하고 기업에 관한 지분 획득의 기회를 제공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개인이 누리는 소유권이 창조적·기능적 역할의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였으며, 오히려 노멘클라투라와 결합한 산업로비집단 등 특권계층의 이익이 우선시되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단기간에 수동적으로 개인들에게 주어진 기업에 관한 물리적 지분이 창조적·기능적 소유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헝가리의 점진적 개혁 : 기업자체 결정 현상

헝가리의 경우에도 점진적 개혁을 통하여 민영화를 진행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헝가리는 개인 소유권에 관한 폭넓은 인정 이전에 기업구조를 합명회사와 합자회사 등 다양한 유형에 맞게 기업법을 손질하는 방식으로 소유권 제도를 개혁하게 되었다. 즉 기업을 투자의 대상이자 상품으로, 외국인과 외국법인, 내국인들에 허용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기업 자체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외국인들의 투자를 통하여, 국유 자산에 관한 소유권의 이전이 가능한 것이었다. 자회사의 설립은 국유회사로부터 독립적으로 운영되었고, 외국 투자로 인한 외국지분의 획득은 사유화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다만 헝가리의 정치체제가 전환되면서 정부 기구 산하 조직인 신탁관리청 주도로 사유화 현상을 컨트롤 하겠다는 접근으로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하였다.

독일의 급진적 개혁 : 고객기업 결정 현상

구동독은 통일 이전 시기 소유권 개혁이 진행될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 통일과 동시에 통일독일의 주권이 구동독 지역 전반에 행사되었으며, 통일독일의 법률과 제도에 의하여 사유화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있다.

대체로 구동독 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유화는 정부기구 산하 조직인 신탁관리청 주도로 서독 지역에 위치한 기업과 협상을 통한 매각을 주도하였다. 그러나 소유권이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동독 지역 기업들에 대한 정상화가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부작용이 속출하였다. 신속한 사유화, 확고한 경영정상화, 청산문제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의 3대원칙은 협상과정이 복잡하고, 상당한 투자자금이 소요되는 문제로 인하여 당시 독일정부의 자체 평가와는 다르게 사실상 신속하게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당시 동독 지역에 관한 서독기업의 관심은 소비시장으로써 매력을 느끼고 있었으나, 생산수단을 보유한 공장·기업소 등에는 큰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서독 지역에 위치한 고객기업들은 여러 차례의 협상 끝에 최대한 낮은 가격에 극히 필요한 부분만 인수함으로써 동독지역의 공동화 현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구 사회주의 사례들을 통해 본 북한 내 사유화 현상 진단

북한 내에서 사유화 현상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진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가 개인소유권에 관한 제도적 인정 부분이고, 두 번째가 사유화 현황에 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 내 개인소유권의 인정범위는 제도권에서 인정하는 재산에 국한되어지는 것으로써, 중국과 헝가리가 기업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이를 통하여 외국인과 외국법인을 중심으로 투자를 유치한 사례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합영·합작법, 경제개발구법 등의 근거 조항에 입각한 외국의 투자 유치는 곧 외국인이 투자를 통해 취득한 지분의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점진적으로 기업들이 자체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경영을 해나가는 의미있는 변화들이 진행되어지고 있다. 특히 비공식적 소유관계가 형성되는 등의 변화는 북한 경제의 경직성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서 중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지방정부와 비공식 소유관계를 가진 기업의 이해관계를 공유하게 된다면 지방정부와 비공식 부문 기업 간의 협력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