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권교체 침묵 北…해외공관엔 “新정부 관련 정보 취합” 지시

소식통 "사소한 정보도 보고...아군 중국의 바이든 정부 관련 반응 분석도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8년 6월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케빈 림, 더 스트레이츠타임즈(Kevin Lim, THE STRAITS TIMES)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북한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바이든 정부와 관련한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야를 막론하고 미국 관련 모든 정보를 상부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는 전언이다.

15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중국, 러시아 등 북한 공관에 미국의 새로운 정부 인사 및 정책과 관련한 정보를 최대한 파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또한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 할지라도 판단은 당에서 할 테니 일단 정보를 취합해 상고하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지시는 중앙당에서 외무성을 통해 하달한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주재국의 반응과 각 국가의 대미 정책 변화 양상을 보고에 담으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 국가의 대외 전략 기조를 파악해 이를 바탕으로 대미 전략을 수립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중국 주재 공관에는 미국의 정권 교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반응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중국 정부의 대미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되는지, 이와 관련해 외교 인사 교체 양상은 없는지 등 자세한 주문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적이고 중국은 아군’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보를 수집하라는 강조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각 국가의 기관과 회사가 미국과 어떤 방식으로 접촉하는지도 명확히 파악하라는 지시도 전달됐다.

장기화되고 있는 대북 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제난이 심화되자 북한 당국은 미국의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정부와 대화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지난 3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대외 관계를 확대해야 할 유인이 더 커질 수도 있다”면서 “과도기 상황(미 정권 교체기)에 도발을 억제하고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각 해외공관에 일·주·월 별로 보고 체계를 정기화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해외 정보 수집을 체계화함으로써 이를 바탕으로 외교 역량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해외에서 수집되고 있는 대미 정보를 바탕으로 내년 1월 예정돼 있는 제8차 당대회에서 대외 정책 기조를 밝힐 가능성이 있다.

한편 현재 외무성에서 대미 전략 수립에 있어 모든 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인사는 최선희 제1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상은 지난 7월 리선권 외무상과의 갈등이 불거진 후 혁명화(강제 노력과 사상교육 등의 처벌 조치)를 다녀오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대미 전략 수립에 있어서 여전히 당의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게 내부 고위 소식통의 설명이다.

다만 최 부상의 위상이 상당한 만큼 향후 미국과의 대화가 진행될 경우 실무회담을 직접 주도하기보다는 고위급 회담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北 대미협상국, 바이든 당선에 최선희 중심 새판짜기 돌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