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이틀 연기해 개최…대의원 중 의심자 나왔다

소식통 "일부 발열증상 보여 연기 결정"…리만건, 정치국 회의 이어 회의 주석단 등장 '건재' 확인

1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당초 10일에 예고했던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를 이틀 뒤로 연기해 개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 당국은 현재 연기 개최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문제로 부득이하게 일정을 미룬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는 13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4월 12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공시대로라면 원래 10일에 개최됐어야 하는 최고인민회의가 예정보다 이틀이나 미뤄져 12일에 열린 것이지만, 매체는 이날 어떤 이유에서 회의가 연기됐는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 내부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지난 10일 정기회의 소집을 위해 방역기관이 8, 9일 이틀에 걸쳐 평양의 지정된 호텔과 여관 등 대의원 숙소에서 검역검진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감염이 의심되는 대의원들이 발견돼 회의가 연기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초 10일 회의를 앞두고 평양에 집결해있던 대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이뤄진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사전 검사에서 평안북도, 함경북도, 자강도 등 북중 접경지역과 남포특별시에서 올라온 대의원 총 7명이 37.4도 이상의 발열 증세를 보였다.

중앙비상방역지휘부는 곧바로 이 같은 대의원 전체 검역 및 의학적 진단 결과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사무국에 보고했고, 사무국에서는 결국 회의를 12일로 연기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소식통은 “감염 의심 증상을 보인 대의원 7명은 의학적 관찰을 받다가 12일 전에 열이 내리면 회의에 참가하게 한다는 게 사무국의 방침이었으나, 결국에는 참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현재 이들은 중앙비상방역지휘부의 조치로 국가격리시설에 격리돼 있는데, 보름 정도 격리하면서 치료를 받고 귀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주석단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지난 2월말 북한 매체 보도를 통해 당간부양성기지의 부정부패 사건으로 현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진 리만건 전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은 11일 당 정치국 회의에 이어 12일 최고인민회의 주석단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조직지도부장직에서는 해임됐지만, 여전히 정치국 위원과 국무위원회 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건재함을 알렸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그는 지난번에 조직지도부장에서만 해임됐고 당 책벌은 받지 않았다”며 “원조 국방산업의 발전을 책임지던 경험 많은 원로로서 지금도 지속적으로 당 군수공업부의 연구기관들로부터 보고도 받고 지시도 내리는 등 당적으로 지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당 중앙위원회 군수담당 부위원장 겸 군수공업부장인 리병철과 손을 맞잡고 군수공업부 연구부문을 지도하며 해당 기관들의 기술실무적 체계를 관리하는 사업을 맡고 있다는 것으로, 예컨대 국방과학원 당위원회 조직부로부터 연구진들의 성과와 목표 도달 여부를 파악하거나 군수공장들의 당위원회 조직부를 통해서 관련 생산 실태를 점검해 지시를 내리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애초에 개인 비리가 아닌 조직지도부의 총책임자로서 내부에서 발생한 문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해임은 ‘상징적 조치’의 일환일 뿐, 여전히 당내적으로는 일정 권한을 유지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북한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제14기 제3차 최고인민회의가 진행됐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이번 회의에서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국무위원회의 위원 11명 중 5명을 교체했는데, 태종수·리수용·노광철·리용호·최부일을 소환하고 리병철(당 군수담당 부위원장)·김형준(당 국제담당 부위원장)·김정관(인민무력상)·리선권(외무상)·김정호(인민보안상)를 새 국무위원으로 임명했다.

아울러 회의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의 위임에 따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에 고길선(원유공업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에 김영환(평양시 당위원장)이 보선됐다. 또한 법제위원회·예산위원회·외교위원회 등 부문위원회 위원장 3명을 각각 김덕훈, 김정호, 김형준으로 모두 교체했고, 내각 부총리에 양승호, 자원개발상에 김철수, 기계공업상에 김정남, 경공업상에 리성학을 새롭게 임명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는 조직(인사) 문제 외에도 ▲재자원화법 채택 ▲원격교육법 채택 ▲제대군관생활조건보장법 채택 ▲내각의 2019년 사업정형 및 2020년 과업 ▲2019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과 2020년 국가예산 등의 안건이 다뤄졌다.

통일부는 이날 ‘北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 관련 참고자료’를 통해 “당 전원회의 등 기존 회의 결정 사항 관련 국가기관 후속인사를 모두 처리하며 주요 간부 인선을 마무리하고 ‘정면돌파전’ 수행, 코로나19 대응 등 현 상황 대응 및 주민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법령들을 일괄 처리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