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식량 100만톤 부족說…위기과장 지적

▲ WFP 토니 밴버리 아시아담당 국장 ⓒ연합

북한이 100만톤 가량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WFP(국제식량계획)가 밝혔다.

WFP의 토니 밴버리 아시아담당 국장은 26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북한이 식량 부족을 스스로 확인한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발전“이라고 말했다.

방북 3일 동안 북한 농업성 및 외무성의 고위 관리를 만났다는 밴버리 국장은 농업성 부상(차관)을 통해 이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

밴버리 국장은 “과거 북한의 식량 부족분 중 약 20% 정도를 WFP의 지원이나 해외 차관으로 채워 왔는데, 지금은 이런 지원들도 바닥을 보이고 있다”며 “국제 사회 지원의 감소로 수백만이 굶주림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밴버리 국장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 내 식량 수급상황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고 있다. 국제구호기구 관계자가 북한 당국자의 지원 유도성 발언을 그대로 외부에 전파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쌀값이 폭등하는 춘궁기를 앞둔 3월 초 북한 장마당과 종합시장 쌀값은 오히려 800∼900원대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에서 배급제 붕괴 이후 주민 대다수가 시장에서 쌀을 구입하고 있다. 쌀 가격은 시장 유통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쌀가격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은 쌀 공급에 별 차질이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여기에는 북한의 일부지역 수해에도 식량 작황이 예년에 비해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중국과의 거래를 통한 식량 유입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북중무역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농촌진흥청은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을 430만톤 수준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식량공급 기관에 근무했었던 탈북자의 증언, 지난 몇년간 식량 생산량과 기아발생 여부를 분석해보면 400만 톤 이상의 공급량이 있으면 북한에 아사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올해 식량 생산량이 430만톤 수준이라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최소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하지 않을 정도의 양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최소 생산량은 북한과 같은 사회에서 일부 취약계층의 굶주림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식량부족을 과장할 경우 ‘지원피로’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또한, 외부의 식량지원이 북한 당국의 식량구입량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피터슨연구소의 마커스 놀랜드 연구원은 최근 펴낸 보고서를 통해 “지원 식량의 50% 정도가 군대나 특권 계층에게 유용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놀랜드 연구원은 “대북 지원의 유용은 폭넓게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며 “유용의 규모는 북한 인구의 3~10%를 충분히 먹일 수 있는 분량으로, 이 지원의 일부는 군부를 포함해 정치적으로 연계가 있는 조직에서 소비되고 있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