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로 南반응 떠보기?… “무기 개발 일정 따랐을뿐”

소식통 "김정은, 정확한 수치 담긴 시험 결과 원해...연말까지 지속 발사 이어질 것"

북한이 지난 3월 25일 발사한 ‘신형전술유도탄’.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28일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를 발사했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유엔 본부에서 연설을 시작하기 직전 발사했다는 점에서 북한 당국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조건부 정상회담 가능’이라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 이후 사흘 만에 이뤄진 발사라는 점에서 남측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그러나 북한 내부에서는 자체 무기 개발 일정에 따라 시험(실험)을 진행한 것일 뿐이라는 지적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미사일 발사 시험은 연말까지 진행해야 할 국방 과제 수행을 위한 시험 중 하나이며 북한 당국은 연말까지 이와 관련된 발사를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내부 소식통의 이 같은 주장은 김 부부장의 담화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김 부부장은 지난 15일 문재인 대통령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참관 발언을 비난하며 “남조선이 억측하고 있는 대로 그 누구를 겨냥하고 그 어떤 시기를 선택하여 도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당대회 결정 관철을 위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계획의 첫해 중점과제수행을 위한 정상적이며 자위적인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노동당 대회에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 극초음속 활공비행전투부 개발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 발동기(엔진)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개발,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착위성 운영, 무인정찰기 개발 등 방대한 국방과업을 제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정확한 수치가 담긴 시험 결과를 보고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과업 달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시험이 동반돼야 한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다만 북한이 한국이나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차단하고 앞으로 도발 국면으로 가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소식통은 “대화와 국방 부문 시험은 각각 독립적인 경로로 움직이는 것”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남북 및 북미 간 대화와 같은 대외 전략과 상관없이 내부 국방 과제를 수행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김성 유엔 북한대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 일반토의 국가별 연설에서 “진정으로 조선반도(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과 각종 전략 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미 합동 군사 훈련 중단과 전략 무기 철수 등 한미가 받아들이지 못할 조건을 내밀면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이중잣대 철회라는 애매한 조건을 붙이는 것은 지속해서 미사일 개발을 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북한이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조금 더 긴호흡으로 나갈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베이징 올림픽이나 한국 대선 즈음에는 국면을 전환할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자신들의 시간표대로 무기체계 개발을 계속하면서 대미·대남 압박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