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내달 15일 對中무역 일부 허용 방침… “외화로 허가증 구입해라”

기관 주도의 밀무역 형태로 진행 예정...소식통 "일부 식료품 국가 헌납 조건도 내걸어"

2019년 8월 북한 신의주 압록강 하구. 남포에서 밀수품을 가득 싣고 올라오고 있는 북한 선박.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당국이 일부 국경 지역의 밀무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화를 특정 기관에 납부한 사람에 한해 이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개인 밀수를 기관의 지도 및 관리하에 두면서 동시에 부족한 외화를 흡수하기 위한 ‘꼼수’로 풀이된다.

29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내달 15일부터 평안북도 신의주, 룡천, 의주와 남포특별시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을 허용하기도 결정했다. 군이나 내각 등 국가 기관에 속한 무역회사뿐만 아니라 이 회사에 등록된 개인 밀수도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단, 당국은 밀무역 승인을 받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한다. 즉, 와크(무역허가증)를 받기 위해서 외화를 상납해야 하고, 수입 물품에 국가가 지정하는 품목을 반드시 포함시켜 절반 이상 국가에 헌납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에 와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나 개인도 이번에 허용된 밀무역에 참여하기 위해선 외화를 내고 다시 무역허가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와크에 명시돼 있는 수입지표 즉, 수입할 물건에 대한 계획을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밀무역의 수입지표에 쌀, 밀가루, 기름(식용유), 사탕가루(설탕), 맛내기(조미료) 등 식료품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을 명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전자제품이나 옷을 주로 수입했던 무역업자라 하더라도 국가가 지정한 식료품을 수입지표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무역에 참여할 수 없다는 얘기다.

국가 지정 수입품에 맛내기 등이 포함된 것은 지난달 17일 채택된 당(黨) 중앙위원회와 내각의 공동결정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본지 내부 취재 결과에 따르면 당국은 공동결정서를 하달하면서 “맛내기처럼 먹어도 되고 안 먹어도 되는 물품은 국가 경제에 당장 필요하지 않으므로 축소해서 수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북한 당국, ‘코로나로 올해 말까지 수입 제한전민에 하달)

이후 시장에서 맛내기를 포함해 콩기름, 밀가루 등의 가격이 폭등했고 현재 북한 내부에서 식료품 부족과 높은 가격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밀수를 허용하면서 식료품을 지정 수입품으로 강제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더욱이 북한 당국은 식료품을 지정량만큼 반입한 후에 50%는 반드시 국가에 내야 하고, 70%를 납부할 경우에는 ‘애국헌납증서’를 발급해 준다는 유인책까지 내놨다.

당국 입장에선 와크를 발급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주민들이 원하는 식료품도 확보해 시장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조치인 셈이다.

한편 북한 당국이 평안도와 남포 등 일부 지역만 무역 허용 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양강도나 함경북도보다 밀수 경로를 통제하기 용이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양강도나 함경북도 국경지역에서 밀수를 하던 무역업자들은 평안도나 남포로 활동 경로를 옮겨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타지역에서 활동하던 무역업자들은 평안도나 남포로 지역을 옮길 경우 중국 측 대방(무역업자)이 물건을 제공할 예정이라는 계획서를 기관에 제출하고 주중 북한 대사관을 통해 대방의 실존 여부를 확인받아야 한다. 또한 기존 평안도에서 활동하던 무역일꾼과 경쟁하며 새로운 무역 경로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초기비용이 더 많이 든다는 부담도 있다.

이번 조치에 대한 양강도 무역업자들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절반 가량은 이 기회라도 잡아서 무역을 시작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나머지는 개인 밀수를 암암리에 진행하면서 양강도도 밀수 통제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이번 조치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아이디어라는 게 또 다른 내부 고위 소식통의 얘기다. 김여정은 이달 초 진행된 1차 재정총화 이후 공채관련 총지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공채 발행 이후 한 달김여정이 직접 조사 지시하고 평가)

현재 북한이 발행 중인 국가무역공채의 경우 외화흡수를 목적으로 돈주들에게 매입하게 하고 있으나 돈주들의 참여가 미진하자 당국은 외화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보완책을 내놓고 있다.

소식통은 “이번 밀무역 허용 조치도 외화확보를 위한 공채 보완 조치 중 하나”라며 “그러나 이익이 크지 않으면 국가가 허용한 밀무역에 참여하겠다는 업자가 생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