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철 해임 보도에 ‘동지’ 호칭 생략 이유는?

북한 김일철(80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이 전격 해임됐다. 그는 북한군 최고 지휘기구인 국방위원회 위원에서도 물러났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결정 제06호에 따라 김일철이 연령상 관계로 국방위원회 위원, 인민무력부 1부부장의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발표했다.


북한 당국은 80세라는 고령에 따른 직위 해제라는 점만 언급하고 있다.   


북한 지도부의 고령화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갑작스럽게 김 부부장이 해임되자 나이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조명록 국방위 부위원장은 82세의 나이에 와병 중인데도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사망한 북한 노동당에서 군 조직·인사 업무를 16년 동안 맡아온 리용철(81)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사망 직전까지 직책을 유지했다. 이을설 호위사령관은 89세의 나이에도 호위사령관 직책을 수행하고 있다.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도 북한 군부 핵심 인사를 연령상의 이유로 해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한다. 


국가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은 조명록 총정치국장 등도 직위를 유지하고 있고, 전례상 ‘해임’을 발표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북한은) 새로운 인물로 교체할 때도 보통 ‘인민무력부 1부부장에 누가 선출됐다’는 식의 보도를 한다”고 말했다.


김일철은 해군 출신으로 인민무력부장에까지 오른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1990년대부터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과 함께 군부 트로이카를 형성했다. 2000년 9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을 위해 남한을 방문했다.


이번 해임 조치를 두고 내부 권력분쟁, 천안함 사건 희생양, 김정은 후계구축을 위한 인사 등의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일철은 지난해 2월 인민무력부장으로 있다가 김영춘 차수가 부장이 되면서 제1부부장으로 한 계단 내려 앉았다. 부부장으로 옮긴 지 1년 여만에 요직에서 완전히 물러나게 돼 북한 군부 내 권력 분쟁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해임 보도에서도 북한 매체들이 주요 간부 보직 임명이나 조전에 사용하는 ‘동지’ 호칭을 생략한 것도 숙청 가능성을 엿보이게 한다.


김일철이 해군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이번 ‘천안함’사건과 관련한 희생양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애초 천안함 사건은 정찰총국 김영철의 작품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따라서 김일철 부부장의 해임이 천안함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북한은 천안함 사건 발생 직후에는 군부를 중심으로 ‘통쾌하게 보복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 천안함 파편과 화학성분이 발견돼 용의 대상이 북한으로 좁혀지면서 ‘증거를 남긴 실패한 작전’이라는 기류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천안함 사건이 완전범죄로 끝나기는 어려워지면서 해군 출신인 김일철을 작전실패의 희생양으로 삼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문책성 인사일 경우 내부 문제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조용하게 처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책성 인사는 아닌 것 같다”고 풀이하면서 “김정은 후계구축을 위해 나이를 핑계로 밀어내고 ‘측근’을 앉히기 위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조명록, 이을설, 김영춘 등의 경우는 ‘원로 우대정치’의 상징성 때문에 직위를 보장하고 있다”며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상이 떨어지는 김일철 대신 ‘김정은 실세’를 앉혀 인민무력부 내 김정은의 확고한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