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核위기 불러온 자 누구인가?

한때 ‘북풍’과 ‘총풍’ 그리고 ‘신북풍’까지 이런저런 북풍들이 정치권과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던 적이 있다. 남한의 정치에 북한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남한과 북한의 정치적 관계에 대한 학자들의 표현대로라면 북풍은 ‘적대적 상호의존’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되기도 한다.

북핵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많은 사람들이 현 북풍의 위기가 어디에 있는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그 답은 너무나 명백하다. 지금의 북핵 위기를 부른 것은 또 하나의 북풍, ‘친(親)북풍’이다.

세습독재를 위해 북한 인민을 3백만 명이나 아사시키고 폭력을 동원해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독재자를 ‘식견있는 사람’이라고 두둔하고,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로 한민족을 백척간두(百尺竿頭)로 밀어넣고 있는데도 ‘일리가 있다’며 두둔해준 것이 그 증거다.

김정일 정권 편들어주다 뒤통수 맞아

김정일에게 남북정상회담을 허락받는 대가로 5억 달러가 은밀히 건네졌고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남북정상회담으로 얻은 남북관계의 진전은 오히려 핵개발로 인한 한반도의 위기로 역전되었다. 대북정책에 대해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원칙이 서있어야 했는데, 오로지 김정일 정권 편만 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일부 북한전문가(?)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호전된 남북관계와 북한의 일시적 조치들을 근거로 북한이 시장경제로 가는 ‘호랑이 등에 탔다’며 북한의 긍정적 측면의 변화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북한은 ‘화해, 협력’ 대신 극단적 위협을 선택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잘 나가는 것 같던 대북경협 회사들은 거의 대부분 실패했고, 그나마 남은 것은 북한 경비병들의 감시 하에 금강산을 다녀오는 것뿐이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몇 차례 진행되다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은 진정한 ‘화해, 협력’의 차원이 아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다보니 2003년 10월 제주도에 왔던 북한예술단이 약속된 돈을 주지 않는다고 비행기를 타지 않고 떼를 쓰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수구좌파들의 무능 드러나

북한이 핵개발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2002년 10월부터 지금까지 정부와 여당 그리고 친북단체들은 북한의 편만 들어왔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NLL을 침범하여 군사충돌을 일으키고 남북관계를 제멋대로 끌어갈 때도 이들이 일관되게 북한 편을 들었던 것은 자신들의 이념과 정책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제와서 “북한이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발뺌하고, ‘일리 있는’ 핵개발 위협이 극한상황에 온 지금까지 아무런 해명도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햇볕’과 ‘화해, 협력’을 내세워 북한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하는 것이다. 어떤 386 ‘진보(?)’의원의 말처럼 핵개발을 하는 북한 독재정권에는 문제가 없는데, 북한을 압박하기 때문에 위기를 불렀다는 주장이야말로 김정일 정권과 야합하려는 친북풍임에 다름아닌 것이다.

‘친북풍’이 북핵위기 부른 것

대통령 선거나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터져나왔던 북풍들은 이런저런 의혹들을 남기고 조용해졌다. 북한의 핵실험 위협으로부터 오는 민족의 위기는 그 근원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명하게 따져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북핵위기의 근원이 친북풍에 있다고 보는 이유는 자유민주주의와 일인세습독재는 절대로 화해할 수 없는 것임에도 화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기 때문이다. 과거 정권에 대한 투쟁으로 정당성을 얻은 진보진영이 김정일 독재를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고 도리어 독재를 옹호한 결과인 것이다.

김승철(북한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