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돈 받은 여성에 “국정원 검은돈 아니냐” 간첩죄 씌워

북한 철조망
북중 국경지역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탈북했다가 북송돼 형기를 마치고 나온 한 여성 주민이 중국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이유로 보위부에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보위부는 이 여성이 한국 간첩이 제공한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죄를 씌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비법(불법)월경한 뒤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돼 형기를 마치고 올해 1월 초에 고향으로 돌아온 40대 초반의 여성 리 씨가 먹고살기 어려워 중국에서 같이 살던 중국인 남자에게 도움을 청해 돈을 받았는데 보위부가 ‘안기부(국정원)의 검은돈’이라는 트집을 잡아 체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출소 후 고향인 회령으로 돌아간 리 씨는 이미 부모님이 돌아가신 지 오래돼 집도 없고 오갈 데가 없는 신세가 되자 돈을 꾸어서 간신히 남의 집 윗방을 빌려 살며 제분소에서 일하게 됐다.

그러나 빌린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생활비로 쓸 돈도 없자 브로커를 통해 탈북 후 함께 살던 중국인 조선족 남성에게 도움을 청해 2만 위안(한화 약 340만 원)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리 씨는 2만 위안으로 돈을 갚고 생활비도 충당했으며 이후에도 또 도움을 받아 집을 마련하고 이불, 밥가마(밥솥) 등 살림살이도 갖추게 됐는데, 이달 초순 보위부가 들이닥쳐 ‘안기부의 검은돈을 받았다’며 간첩 혐의로 그를 체포해 갔다는 전언이다.

보위부는 리 씨를 붙잡아 놓고 ‘중국에서 활동하는 남조선(남한) 간첩들이 도와준 돈이 아니냐’며 생트집을 잡는가 하면 ‘비법월경죄를 진 자가 중국에서 돈을 받아 잘 사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주민들에게 충분히 반역적인 행위’라고 지적했다는 것.

다만 현지 주민들은 ‘금방 출소해서 집도 없고 살 여건도 안 되는 속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 방도를 찾아 다시 탈북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는데 왜 잡아가는 것이냐’는 등 리 씨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탈북자 가족들은 거의 모두가 탈북한 자들에게서 몰래 도움을 받고 잘 살아가는데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하면서 저런 사람들을 괄시하고 천대하면서 정부가 주위를 공포에 몰아넣는데 이것이 오히려 반감을 키우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