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혜산에서 50kg이 넘는 금(金)을 밀수하려던 일당이 붙잡힌 가운데, 이번 금 밀수 사건의 실질적 주모자가 국가보위성 산하 외화벌이 회사의 일꾼들로 밝혀져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모자들은 처형됐고, 사건 관련자들은 모조리 중형을 선고 받았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이번 금 밀수 사건은 국가보위성 후방국 10121군부대 소속 무역회사의 종합담당부장(상좌)과 재정과장(소좌)의 소행으로 밝혀졌다”며 “이번 일로 이들이 그동안 연발적으로 금 밀수를 해왔다는 것이 드러나 실내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두 사람은 자신들이 소속된 회사가 운영·관리하는 평안남도 회창군의 한 금광에서 생산된 금을 빼돌려 중국에 넘기는 불법 밀수를 지속적으로 저질러왔다. 이들은 이번에도 금광 갱을 실소유하고 있는 돈주(錢主)와 짜고 금을 전문 밀수꾼에게 넘겼는데, 이 밀수꾼이 중국에 물건을 넘기려는 과정에서 국경경비여단 보위부에 체포돼 사건의 전모가 모두 드러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지난달 초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의 압록강 기슭에서 금 58kg을 중국에 넘기려던 전문 밀수꾼과 그의 뒤를 봐준 국경경비대 부소대장, 중대 보위지도원이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무엇보다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국경 지역에서의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감시와 단속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까지 보고돼 중대하게 다뤄졌다. (▶관련기사 보기: 금 58kg 밀수 사건에 ‘발칵’…김정은 ‘1호 방침’까지 내려져)
실제 보위성은 붙잡힌 전문 밀수꾼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장본인들을 적발했는데, 밀수 사건의 실질적 주모자가 보위성 정복을 입은 산하 무역회사의 간부들과 이 회사에 소속된 금광의 갱주로 밝혀지면서 보위성이 내부의 일꾼들을 처리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졌다는 전언이다.
이에 중앙에서는 보위성에 이번 사안을 맡기면 팔이 안으로 굽어 주모자들을 감쌀 수 있다고 보고 사회안전성에 사건을 이관해 처벌을 집행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건의 주모자인 보위성 일꾼들은 실내처형에 처해졌고, 이들에게 협조한 금광의 갱주는 교화 15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설명이다.
당초 처형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전문 밀수꾼은 조사 과정에서 주모자들을 모두 발설했다는 점이 참작돼 유기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그가 7년간 보위성 일꾼들과 금 밀수하는 일을 해왔다’는 금광 갱주의 진술이 나오면서 형량이 늘어 무기형을 받고 함경남도 함흥교화소로 호송됐다고 한다.
이밖에 소식통은 “압록강 밀수 현장에서 전문 밀수꾼과 함께 체포된 국경경비대 부소대장은 노동연대에 보내져 후에 생활제대될 것이고, 자진신고한 중대 보위지도원은 경미한 처벌이 있을 것으로 보였으나 그 전에도 밀수에 가담했던 것이 밝혀져 끝내 과오제대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국경경비대 전반에는 공포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 재산에 속하는 희유금속이나 국가통제 품목을 밀수하는 일에 가담했다가 적발되면 일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이번 일을 계기로 국경경비대 초병과 부대 지휘관들이 국경 보위에 더욱 경각심과 사명감을 갖도록 정치사상 교양사업을 강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특히 국경경비사령부는 사건 가담자들이 속해 있던 국경경비 중대에 이달 15일까지 ‘자수의 시간’을 갖고, 1인당 총 20쪽 분량으로 지금까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한 비행들을 담은 자체검토문과 동지들의 밀수 동조 등 비법(불법) 행위들을 담은 반영문을 작성해 바치라고 포치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금은 문제가 된 중대에만 이 같은 포치가 내려졌지만, 이것이 전체 국경경비대에 전반적으로 실시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어 다들 2차, 3차 피바람이 예고된다며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며 ”이 때문에 다른 부대들에서는 ‘너희 때문에 우리까지 골머리 앓으니 역적이 되고 싶지 않으면 적당히 써서 올려보내라’면서 문제 중대에 눈치를 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아마 한 3개월 정도는 자체검토, 학습, 검열, 서로 간의 고발 등으로 갈등을 겪겠지만 다시 통제가 느슨해지면 서로 감싸면서 밀수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