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초월 김정일이 자의적으로 법체계 농락”







대한변호사협회 북한인권소위원회 이재원 위원장이 북한인권백서 발간을 기념해 11일 서초동에 있는 개인 사무실에서 데일리NK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봉섭 기자


지난 10일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북한인권소위원회는 ‘2010 북한인권백서’를 발간했다. 변협은 매년 국내 인권백서를 발간해왔다. 2006년부터 그 시야를 북한으로 넓혔다. 격년제로 발간하니 올해로 세번째다.


이번 백서 제작 과정에서 만난 탈북자들은 2006, 2008 백서보다 100명이 확대됐다. 그만큼 탈북자들의 인권유린 사례를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이를 총지휘한 사람이 이재원 변협 북한인권소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을 그의 서초동 사무실서 만났다. 백서 발간의 어려운 점이 뭐냐고 묻자 그는 자료 조사의 제한성을 먼저 꺼냈다. 특히 북한 정치범수용소 내의 인권유린 사안에 대해 조사하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정치범 수용소내의 인권유린은 백서에 3번에 걸쳐 매번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수용소를 경험한 북한 탈북자들은 많지 않다. 그곳을 들어가면 죽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3번의 백서를 발간하면서 정치범 수용소를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는데 20여 명에 못미친다. 이는 정치범 수용소내의 인권유린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게 북한의 법 체계를 평가해달라고 하자 그는 북한의 법체계가 일반적인 민주국가들처럼 정비가 상당히 잘 돼있다고 했다. 헌법에도 인권을 보장한다고 쓰여 있고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도 근대국가에서 모두 인정하고 있는 인권보장 장치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법체계는 외부세계에 보여주기 식의 성격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이러한 법의 실질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면서 “북한의 헌법을 초월하는 김정일과 노동당의 존재는 자의적으로 법을 농락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 태어나 변호사가 되고 북한 인권 개선을 노력하고 있는 그도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변호사가 됐을까?  









▲이 위원장은 “정치범이나 사상범은 재판조차 받지 않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간다”라고 말했다./김봉섭 기자


북한 변호사들이 처한 실태에 대해 이 위원장은 “북한에서 변호사라는 것은 피고인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고 그 재판을 노동당의 의사대로 노동당의 처벌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했다. 


이어 “북한사람들은 변호사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변호사의 존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북한주민들은 법률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 때문에 변호사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가령 변호사의 존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정치범, 사상범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재판조차 받지 못하고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기 때문에 변호사의 존재는 유명무실 그 자체다.” 


이 위원장은 “북한에서 재판은 잘 이뤄지지 않지만 그나마 잡범(생계유지범)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주민들은 변호사를 이용해 재판을 유리하게 이끌기 보다는 돈으로 매수해 수사나 재판을 빠져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주민들은 변호사의 효용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돈이면 재판, 처벌 등을 쉽게 면할 수 있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의 법치의식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는 “북한에서 법치가 회복되는 시점이 바로 인권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서 “북한인권백서가 그러한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