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열 목사에게 ‘6.15’는 천안함도 잊게 만든다?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한상렬(사진) 목사의 무단 방북이 12일 확인됐다. 조선중앙통신은 한 목사의 방문 사실과 그의 ‘평양도착 성명’을 함께 보도했다. 한 목사는 6.15 행사 관련 방북 신청도 하지 않고 평양행을 단행했다.


그는 마중나온 안경호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 위원장과 껴안고 고뇌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도착 성명에서 “역사적 6·15선언 채택은 남북대결을 끝내고 평화시대를 연 사변으로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평양에 왔다”고 발표했다.


한 목사의 평양 도착 장면은 사뭇 문익환 목사의 방북 당시를 떠올리게 했다. 한 목사도 자신의 행위가 그런 효과를 불러일으켰으면 하는 바람을 했는지 모르겠다.


학생운동 시절 동향에 있던 기자는 그와 작은 친분이 있었다. 당시만 해도 내가 보는 한 목사는 ‘맥아더 동상 철거하라’고 다닐 정도로 맹목적인 친북인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탈무드의 ‘머리가 두개 달린 사람’을 인용하면서 한 민족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는 ‘한몸정신’을 강조하는 수준에서 통일운동의 당위성을 설파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에서 수 많은 사람이 굶어죽었다는 소식에 한 목사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북한 사람들이 ‘인육을 먹는다’는 소문을 듣고 며칠을 앓았다며 북한 동포 돕기를 호소했다. 모 신부의 방북 당시 연설 장면을 소개하면서 북한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리고 군 제대 후 2001년 서울 종로 한 건물에서 우연히 한 목사를 만났다. 한 목사는 북한 통일관련 단체에 팩스를 송신할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신문과 방송 뉴스에서 통일연대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한 목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2004년 5월 자유북한방송 앞에서였다. 한 목사는 한 무리의 시위대와 함께 방송사 앞으로 찾아와 탈북자 방송을 북한 적대방송으로 규정했다. 그리고 시위대와 함께 탈북자들을 향해 ‘나라를 배반한 반역자들을 6.15공동선언의 이름으로 규탄한다’고 말했다.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한 목사는 2004년 한 연설에서 “북쪽의 선군(先軍)정치는 남쪽을 향한 것이 아니오, 미 제국주의와 싸우기 위한 것이오, 선군정치는 바로 (한반도)평화정치인 것”이라고 말했다.  


2005년 9월에는 인천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 통일연대 입장으로 “바로 분단의 원흉이요 전쟁과 학살의 책임자이며, 이 땅 만악(萬惡)의 근원인 주한미군을 몰아내겠다는 의지의 선언”(2005년 9월11일 통일연대 성명)이라거나, “주둔 첫날을 학살(虐殺)로 시작한 미군은 분단과 전쟁, 범죄로 이어져온 60년 동안 우리 민족에게 되돌릴 수 없는 불행과 고통을 강요해왔다…미군 강점(强占) 60년을 더 이상 넘기지 말자!(2005년 9월8일 통일연대 성명)”는 성명을 발표했다.


200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회의에 반대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한 목사(당시 자주평화통일 원정대 대표단장)은 “미제는 피 묻은 입으로 인권을 말하지 말라”며 “미국은 적대적인 대북정책에 인권문제를 추가로 압박해 정권교체를 시도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다시 천안함 사태가 발생한 지 석달이 안돼 평양을 찾아 6.15공동선언이 남북대결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를 연 선언이라며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 목사의 성명에는 과연 천안함 침몰로 사망한 46명에 대한 책임과 재발방지 의사, 남북관계에 대한 복원 요구가 담겨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한 목사에게 6.15는 천안함 마저 잃어버리게 만드는 망각의 ‘약’일까? 우리 젊은이들을 순식간에 수장시킨 북한 지도부에게 일말의 항의라도 표시한다면 그의 6.15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 젊은이들의 희생마저 수장시켜버리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내가 본 한 목사에게 6.15는 북한에 자유의 방송을 보내는 탈북자를 민족 적대행위자로 보게 만드는 선언이다. 또 미군을 분단의 원흉이자 전쟁과 학살의 책임자로 보게 만드는 선언이다. 또 북한 인권에 대한 우려를 ‘체제 붕괴 책동’으로 보게 만드는 것이다.


6.15는 10년 전 만난 김정일과 김대중의 합작품이다. 이후 북한은 남북경협을 핵개발의 재원으로 삼고 폐쇄적인 체제와 인권유린을 지속해왔다. 변한 것은 남한이다. 북한이 핵개발을 해도 자위권 차원이고 인권유린은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천안함 사태 와중에도 북한을 방문해 6.15가 평화의 시대를 연 사변이라고 말하게 만들었다.


이제 와서 한 목사를 만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조용히 전하고 싶다. “김정일의 손을 놓고 주민들의 손을 잡아야 합니다. 당신이 지금 평양에서 만나고 있는 자들은 당신이 섬기는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수용소에 감금하고 굶기고, 강제노역에 처해 죽여 놓고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회개를 모릅니다.” 내가 직접 전하지 않아도 역사의 판단이 내려질 날이 멀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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