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로 폐허된 살림집 지어주겠다는데… “자재는 자력갱생하라?”

北, 피해 가족에 '건설 역량만 제공' 뜻 밝혀...민심 악화·외부 시선 염두에 둔 듯

2018년 새로 건설된 양강도 혜산시 연흥동 탑식 아파트(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 가스 폭발 사고(3일 발생) 피해 지역(탑성동) 내에서 ‘새로운 살림집 건설’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기사 바로 가기 : [가스폭발 그후] “6명 의식불명 상태서 숨져…사망자 총 15명으로”)

주민 십수 명이 사망하는 대형 사건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당국이 갑자기 당근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으로, 민심 악화와 외부 시선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이 사고 피해 가족들에게 ‘살림집 건설 계획’을 제시했다. 장마가 끝나는 즉시 건설에 돌입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점은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당국은 ‘건설 역량만 제공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즉, 시 돌격대와 도시경영과 소속 시설물보수 사업소 인원을 보장해 주겠다면서도 중요한 ‘자재’ 문제에 대해서는 ‘자력갱생’을 강조했다는 것.

소식통은 “위(당국)에서는 세멘트(시멘트), 콩크리트(콘크리트) 등은 피해를 본 주민들끼리 토론하라고 했다”면서 “또한 건설에 동원된 사람들에게 ‘점심 식사를 반드시 해줘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자재와 더불어 식사까지 ’세부담‘을 부여할 계획이라는 뜻이다.

특히 건설 형태도 빨리 결정하라고 하면서 ‘통일이 안 되면 원래대로 지어주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하모니카 주택(북한식 다세대 주택)의 특성 때문에 연쇄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은 미진해 보인다.

아울러 당국은 피해 가족들에게 주택 재건 위원장을 결정해서 하루빨리 이 문제를 안건으로 삼아 회의를 진행하라고 독촉했다고 한다. ‘만약 없다면 동당(洞黨)에서 사람을 세워 조직하겠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는 여의치 않을 시 당국의 입장대로 사안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경고한 셈이다.

피해 가족 측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일단 현재는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소식통은 “사망한 가족 측은 아직 슬픔에 빠져 있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아직 많아 간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위에서는 갑자기 돈을 내라니까 사람들이 어처구니없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고 후에 회관조차 내준 적도 없던 정부가 집을 짓는 데 갑자기 관심을 보이자 황당하다는 반응도 나온다”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들어보니 중국 등 외부에 사고 소식이 알려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것’이라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한편, 피해 가족들을 대상으로 김 부자(김일성·김정일) 초상화 공급 사업은 이미 끝났다고 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주민들에게 절실한 살림집보다 모셔야 할 (초상화) 보관함이 먼저 주어졌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