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일부 품목의 수입을 제한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이후 평양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당 중앙과 내각의 공동결정서가 침투 통지된 이후부터 물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고, 사람들도 물품을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본보는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조미료와 전자제품 등 국가경제에 우선 필요하지 않은 품목들은 축소해서 들여와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당 중앙위원회 및 내각 공동결정서’가 지난 17일 전국에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관련기사 보기: 북한 당국, ‘코로나로 올해 말까지 수입 제한’ 전민에 하달)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바로 다음날(18일)부터 평양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각종 상점에서 판매되는 수입 식품과 조미료, 전자제품의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에 따르면 앞서 평양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사재기 현상이 일시적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국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국경 전면 폐쇄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한 직후, 그리고 2월 하순경 각 지역의 도 당위원회를 통해 ‘한 달 치 식량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지시가 내려졌을 때에 한때 주민들이 물품을 사들이는 움직임이 일었다는 것.
지난 2월 당시 평양에는 한 달 치 식량을 준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지지 않았지만, 지방에 이 같은 지시가 하달됐다는 사실이 평양에도 전해지면서 혹여 배급을 못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에 일시적으로 사재기 현상이 빚어졌다는 설명이다. (▶관련기사 보기: 北, 수급 차질?… “각 도 주요기관에 ‘한 달치 식량 자체 마련’ 지시”)
그러다 이번 당국의 일부 품목 수입 제한 결정 이후 평양에서 또다시 사재기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해 현재는 이와 같은 현상이 한층 심화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쌀이나 농토산물은 우리나라(북한)에서 나고 장마당에는 있기 때문에 그리 심각하지 않은데 다른 수입 식품이나 맛내기(조미료)류는 가격이 두 배나 올랐다”며 “사람들은 앞으로 4배가 올라가도 없어서 못 살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현재 평양 내 시장에 수입산 밀가루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45위안(元)에 거래되던 중국산 콩기름(식용유) 5kg짜리 한통은 100위안에 판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3500위안이었던 쌍문 냉동기(양문형 냉장고)가 5700위안에 팔리는 등 북한 당국이 수입을 제한한 전자제품의 가격도 현재 가격이 1.5배가량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그 외에 외국에서 들여오는 물품 같은 경우에는 개인 장사꾼들이 가격을 올려놓고 안 판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만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전후 복구 건설시기 때처럼 당을 믿고 허리띠를 조이면서 난국을 타개해나가자’라는 등의 주민 일심단결을 강조하는 정치적 구호들을 연일 내세우며 내부 결집을 위한 선전·선동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평양 시민들 사이에서는 ‘수입에 의존 안 한다면서 자력갱생으로 자립적 경제토대를 마련했다고 하는데 상점에는 물건이 없고, 물건이 있어도 값이 너무 비싸니 살 수도 없다’ ‘국가가 주는 것만으로는 먹고 살아갈 수 없게 된 지금과 같은 때에 물건 가격이 오르고 현물까지 없으면 타격을 받는다’는 불만과 더불어 ‘통제만 하지 말고 살 방도를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앞서 22일(현지시간)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평양 시민들이 이번 주 들어 식료품을 사재기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부 상점 진열대가 텅텅 비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해당 보도에서 이번 사재기 현상이 북한 당국의 강화된 코로나19 조치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