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원회(운영위)가 비례대표 선거 부정 후속조치로 당지도부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에게 사퇴 권고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당 안팎에선 일종의 반란(反亂)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일 오후 늦게 전자회의 형식으로 열린 운영위에는 비당권파 위원들을 중심으로 28명이 참석해 전원 찬성으로 후속조치를 의결했다. 당권파는 운영위가 시작된 전날부터 이정희 공동대표와 계파 운영위원들을 통해 비례대표 부정선거 조사보고서 수용을 거부하고 평당원들을 동원해 회의를 방해하면서 ‘후속조치’ 의결을 저지했지만 실패했다.
당권파는 국민적 비판 여론과 비민주적 패권 세력이라는 낙인도 감수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당선자를 잃을 위기에 처하게 됐다. 당내 다수세력이라고 불렸던 당권파를 대표하는 윤금순의 자진 사퇴와 이석기, 김재연의 사실상 해임 의결에 대해 당내 안팎의 충격은 작지 않다.
통합진보당 전국 운영위는 당권파인 민노당계 55%, 비당권파인 참여당계 30%와 통합연대계(진보신당 탈당파) 15%로 구성돼 있다. 참여당계와 통합연대계를 합쳐도 과반수에 미달한다. 결국 민노당계에서 경기동부연합 소속이 아닌 다른 비주류계열의 운영위원들이 반기를 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결과를 두고 당권파의 분열이 가시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권파는 2008년 일심회 사건 당시 똘똘 뭉쳐 민주노동당에서 한 살림을 하던 PD계열의 반란을 진압했다. 당시 NL진영 논리를 대표하던 인물은 김창현 전 사무총장이다. 그런 김 전 총장은 이번 운영위에서는 경선 비례대표 당선자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후속조치에 찬성했다.
김 전 총장은 전날 운영위 회의장에서 “오프라인 상에서는 사실상 대리투표가 곳곳에서 셀 수 없는 자료를 통해 발견됐다”면서 “현재 우리당의 정치는 너무 많은 상처를 입고 정당성을 잃고 있다. 보다 엄격하게 우리 스스로를 처벌하고 문제를 털고 갈 때가 왔다”고 말했다.
이런 균열 조짐은 이미 윤금순 비례대표(1번) 당선자가 이석기(2번), 김재연(3번) 당선자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윤 당선자는 전국여성농민회 조직을 대표하면서도 NL계열 내부 인천연합 출신이다.
이번 부정선거 후속조치인 대표단과 경선 비례대표 후보 사퇴 안건은 윤금순, 김성진, 김창현, 방용승, 민병렬, 최은민, 현애자, 한정애, 이영순, 이영희, 고창권, 유성찬, 이광철, 박무, 김성현, 이미영, 홍용표, 권태홍, 노옥희, 박창완, 김종민 위원 등 21명의 운영위원이 발의했다. 이 가운데 범NL진영에 포함되는 명단이 곳곳에 포함돼 있다.
사실상 당권파 주류를 장악하기 위해 내부에서 동맹을 맺은 경기동부연합과 광주전남연합만이 이석기를 사수하기 위한 배수진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민주노총 영남지역 위원회를 중심으로 부정선거 발표를 계기로 노동정책 및 노동후보 소외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3일 진행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의 총선 평가 자리에서는 특정 계파 중심의 선거가 진행된 것에 대한 불만이 이어졌다.
그러나 아직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유시민 공동대표는 “당의 분열은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당권파 주류에 대한 설득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당원수에서는 비주류를 앞선다고 보고 있는 당권파 주류가 운영위 권고안을 중앙위나 임시 당대회를 통해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당권파 주류는 당원 총투표를 요구하고 있다. 그 1차 관문은 12일 중앙위원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