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후 北과거청산 핵심은 가해자 처벌·피해자 구제다

남북한 행정통합은 북한에 한국의 행정 조직·인사·재정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북한의 행정이행은 독일 사례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국정부는 북한 중앙정부의 해당부처 업무를 효과적으로 인수·조정하기 위해서 중앙정부에 북한행정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북한에 외청을 설치해야 한다. 남북한 행정통합 초기에는 북한에 설치된 외청의 중요 책임자들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행정 책임자들은 남한 출신 공무원들을 파견해야 한다. 또 북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체계를 정비·구축하기 위해서는 남한 출신 국가 공무원들을 파견해서 지원해야 한다. 북한의 공무원 제도가 정착되고 유능한 인력이 육성되면 점차 북한출신 공무원들이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의 간부들의 재고용 여부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동유럽 국가의 행정이행에서도 “행정의 재구축을 위하여 과거의 카더(간부)들을 이용하느냐 아니면 새로이 공직자들을 충원해야 하느냐, 만약 과거 인력들을 이용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이용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북한에서도 간부들은 일정한 심사를 거쳐서 재임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간부 재임용은 독일의 통일조약이나 체코의 ‘자격심사법’을 참고할 수 있다.

독일의 통일조약은 인사정책의 기본방침과 관련하여 구동독의 공직종사자에 대한 고용지침은 지속적으로 존속하는 행정에 한정해서 적용되고 행정조직이 폐지되면 시한부 대기자 상태가 되었으며 6개월 이내에 재고용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해고되었다. 해고는 개인의 부적합, 전문지식의 부족, 행정수요의 소멸, 근무 장소의 해체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적용하는 일반해고와 인권이나 법치국가의 기본원칙을 위반했거나 과거 구동독의 국가안전부 등 국가보안기구 조사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해고할 때 적용하는 특별해고로 구분되었다.

체코는 군이나 국가안보 분야를 제외한 모든 분야의 공무원들을 ‘자격심사법’에 따라 재심사·재교육한 후에 재고용했다. ‘자격심사법’은 구 공산당 간부와 인민군 장교, 비밀경찰요원 및 협력자가 행정부나 국영언론기관, 국영기관 및 대학 등에 5년간 취업할 수 없도록 제한했고 임명직의 경우 내무부 조사과정에서 비밀경찰과 정권에 협력했다고 판명되면 공직에서 제명되었다. 그러나 선출직 공직자는 ‘자격심사법’에 해당되지 않았다. 재임용된 공무원들도 인권 침해사실이 발각되거나 보안기관의 중요하게 협력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언제든지 임용이 취소되었다.

북한에서는 공무원들에 대한 재교육도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동유럽 국가들의 경우 민주주의 체제에 적합한 내용으로 공무원에 대한 재교육이 이루어졌다. 구동독의 공직자들은 민주주의·법치주의·시장경제 등 민주적 법치국가의 정책 결정에 대한 기초과정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고, 행정법·헌법·재정학·행정학, 시장경제의 운영방식, 세제와 납세관리 등에 대한 재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시험을 쳐야 했다.

과거청산 어떻게 해야 하나?

북한의 과거청산은 과거사의 진상과 책임규명을 철저하게 진행하면서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통해 역사의 교훈을 내면화하기 위해서 불행한 과거사에 대한 성찰을 진행해야 한다. 통일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불만과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고 내적통합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방향에서 과거청산을 진행해야 한다.

북한 과거청산의 핵심 내용은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구제다. 가해자 처벌은 불법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체제불법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을 찾아서 사법절차에 따라 형사처벌하고 불법적으로 모은 재산을 환수하는 일이다. 피해자 구제는 불법체제에서 인권을 침해당한 피해자들을 복권시키고 빼앗긴 재산과 명예를 회복시키며 생명·신체가 훼손당한 사람들을 자유와 형사보상 등을 통한 물질적 보상조치를 취하는 일이다. 북한 과거청산은 인적청산과 물적 청산으로 구분된다. 인적청산은 정권범죄에 연루된 가해자 처벌과 북한정권의 자의적 지배에 따른 피해자 구제로, 물적 청산은 북한정권에 의해 몰수된 토지와 기업의 반환과 국가안전보위부 문서 처리로 구분된다.

북한의 과거청산은 동독의 전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동독에서 불법 행위자 처벌은 보복적 성격 없이 법치국가원리에 따라 진행되었으나 많은 제약이 따랐다. 법치국가의 형법체계는 주로 개인의 법질서 위반행위를 규율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정권 범죄를 처벌하기에는 부적절하고 통일조약에 행위 당시 동독법 규정에 따라 불법행위를 처벌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라 동독의 불법행위를 처벌하면 피해자 구제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가해자 처벌은 근본적 한계에 직면한다.

자유민주적 법치국가의 형법체계는 주로 개인의 법질서 침해를 규율하도록 구성되었기 때문에 동독체제의 불법행위를 처벌하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또 개인의 행동이 동독의 실정법에 따른 행동이었을 때의 처벌 문제나 행위자 개인의 범죄행위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 등이 존재했다. 독일의 과거청산은 처벌 범위가 너무 작다는 불만도 있었으나 큰 갈등 없이 법적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경우에도 체제불법에 대한 진상·책임규명을 통해서 법치주의 원리에 입각해서 사법적 절차를 거쳐 처벌해야 한다.

북한의 과거청산은 공산당의 기득권 구조를 해체하고 기득권층을 청산하는 작업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민주적 이행 과정에서 과거청산은 기득권층 청산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기득권층 청산은 북한의 민주적 이행과 경제부흥의 성패를 좌우한다. 왜냐하면 공산당 기득권층이 청산되지 않으면 개혁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들의 체제전환을 보면 성공적으로 과거청산을 진행한 동유럽 국가들은 민주주의·시장경제가 공고화되었다.

그러나 공산당 기득권층 청산에 실패한 중앙아시아국가들은 민주적 이행과 개혁이 중단되었다. 이 국가들에서 공산당 기득권층은 개혁과정에서 다시 정치권력을 장악했으며 국영기업과 정부의 고위직을 독점하면서 과거의 기득권 구조를 재구축했다. 중앙아시아국가들은 독재체제로부터 이탈했으나 민주주의로 이행하지 않고 불완전한 정부와 과두제 집권층을 가진 회색지대로 이행했다. 이 국가들은 반민주주의나 독재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므로 통일한국은 철저한 과거청산을 통해 북한 기득권층들의 정치적·경제적 기반을 해체하고 정치세력화를 시도하지 못하도록 법적 제한을 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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