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궁기 제철 장사꾼들, 아파트 돌며 ‘남새’ 판매

진행 : 매주 수요일 북한 경제를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이 시간에는 강미진 기자와 함께 북한 장마당 상황 알아볼텐데요. 먼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 듣고 강미진 기자 모시겠습니다.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 팔리는 물건 가격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 당 5100원에 신의주에서는 1kg 당 5100원에 거래되고 있고, 혜산은 55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달러는 평양은 1달러 당 8,150원, 신의주는 8,200원, 혜산은 8,025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평양과 신의주에서는 1kg 당 1900원, 혜산에서는 2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는 1kg 당 평양 13500원, 신의주 14000원, 혜산 14000원입니다. 이어서 기름 가격입니다. 휘발유는 평양과 신의주에서는 1kg당 9300원, 혜산에서는 8500원에 거래되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과 신의주 5200원, 혜산은 5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간 북한 장마당 정보’였습니다.

1. 요즘은 북한 주민들이 제일 싫어하는 시기인 춘궁기 절정기간인데요, 이 시기 북한 주민들의 식생활과 관련된 북한 장마당 현상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한국에서는 춘궁기가 없어진지 몇 십 년이나 됐죠? 북한은 아직도 수 십 년 동안 춘궁기와 싸우고 있답니다. 흔히 북한에서는 보릿고개라고 불리는데요, 이럴 땐 장마당에서도 고가의 물건들은 판매가 잘 안된답니다. 서두부터 기분이 내려가는 이야기를 하게 돼 좀 그렇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니 어쩔 수 없네요. 오늘 시간에는 보릿고개를 보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장마당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2. 북한 주민들에게 보릿고개란 참 안타까운 시기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이런 시기에 장마당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제철 장사꾼들이 바빠진다는 소식입니다. 대부분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자기 매대를 고정적으로 가지고 장사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일부 장마당 매대가 없는 주민들도 이 시기가 오면 식량해결을 위해 장사활동을 어느 때보다 더 활발하게 해야 하는 시기이거든요, 이런 주민들은 흔히 배추나 양배추, 파, 그리고 이전에는 흔치 않았던 상추까지 장마당에 가지고 나와 팔거든요.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지금 상추 20닢에 5원이라고 합니다. 사실 5원이면 얼음 한 개 가격이거든요. 얼음 한 개를 먹기보다 상추 20닢으로 끼니에 보태려는 주민들이 많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런 상추 장사꾼들은 6월에만 볼 수 있답니다.

상추 장사꾼들은 일부 매대에서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서 점심을 먹는 장사꾼들을 찾아다니면서 상추를 팔기도 하구요, 가까운 아파트들을 돌면서 이동판매도 한다고 합니다. 또 이 시기에 잘 팔리는 햇마늘도 있는데요, 고정자리가 있는 일부 장사꾼들도 시기에 따라 장사품목이 변하거든요, 지금이 마늘철이니까 마늘이나 배추, 빨간무 같은 제철 야채가 주 메뉴가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3. 북한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업품의 대부분이 중국산과 한국산 등 외국제라는 말도 있는데 장마당에서 팔리고 있는 배추나 무 등의 원산지는 어디인가요?

옳은 지적이네요. 사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 이후 전반적 생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주민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식량도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원조로 지탱해오고 있고 일상적인 생필품 대부분을 중국산으로 해결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부 경제사정이 좋은 가정들에서는 한국산 제품사용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이 춘궁기 식탁을 푸짐하게 해주는 야채들은 북한 내에서 생산되는 것들도 있구요, 또 일부 중국에서 들여오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중국산 배추나 마늘이 비쌌는데 지금은 북한산 야채의 가격이 더 높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배추나 무 같은 야채들은 벌레가 먹고 배추 속도 꽉 차지 않은 것들이 많았는데요, 지금은 종자개량을 해서인지 배추의 질이 상당히 좋다고 합니다. 북한 배추는 날것으로 먹어도 달콤하고 맛있는데 중국산은 냉랭하고 물맛만 난다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라고 하네요. 현재 양강도 혜산 장마당에서의 배추 1kg가격은 1700원 정도라고 하는데요, 중국산은 1500원 정도를 한다고 합니다.

4. 북한 장마당에서 제철 장사로 활성화가 되고 있는 품목 중에 다른 것을 본다면 어떤 상품이 있을까요?

네, 질문을 받으면서 저는 여름철 아이스박스에 까까오를 넣고 파는 까까오 장사꾼들의 모습을 떠올렸는데요, 당연히 무더위가 한창인 시기에 맞는 장사인 까까오나 얼음 장사꾼들이죠. 까까오 장사꾼들은 여름에 돈을 많이 벌어야 하는 것만큼 하루 24시간을 잘 이용하여 상품생산이나 판매를 하려고 한답니다. 북한에서는 극동기라고 하는데 한국의 냉장고라고 하죠, 극동기가 있는 집들은 주야로 까까오를 생산하느라 정신없는 날을 보낸답니다. 왜냐면 전기가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밤이라고 편안하게 잠을 잘 수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저녁시간까지 까까오를 팔다 다 팔지 못한 까까오도 다시 냉동을 시켜야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답니다. 까까오뿐 아니라 얼음도 마찬가지라고 보시면 됩니다.

5. 이런 시기에 냉면이나 냉수 등이 인기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네, 올해 북한 전역에서 가뭄이 들어 날씨가 건조해서 그런지 아니면 냉면 가격이나 분량의 변화 때문인지 냉면장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양강도 혜산시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냉면 한 그릇의 가격이 보통 2000원에서 5~6천까지 했었는데 올해는 500원, 1000원짜리가 기본이라고 합니다. 여름이면 누구나 찾게 되는 냉면이지만 가격이 비싼 이유로 구매자들이 지갑을 쉽게 열지 않기도 하는데요, 올해는 한 그릇에 500원, 1000원을 하니까 상당히 잘 팔린다고 합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전에는 아이에게만 먹이려고 해도 비싼 것도 있고 한 그릇을 다 먹지 못해 낭비가 되는 것이 아쉽기도 해서 냉면구매를 꺼린 적도 있는데 올해는 가격도 싸고 아이들이 먹기에도 안성맞춤인 양기기 때문에 대부분 주민들이 잘 사먹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합니다.

또 냉수나 냉국도 인기순위에서 뒤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혜산시의 일부 장마당들에서는 샘물장사가 바짝 돈을 벌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네요, 혜산시 연봉1동에 위치한 샘물터에는 새벽부터 사람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보통 50리터짜리의 플라스틱 통 여러 개에 샘물을 담아 장마당에 내다 판다고 합니다. 장마당에서는 두부 장사나 물고기장사 등 음식장사들과 물이 필요한 장사꾼들이 샘물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산골짜기 물이어서 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로 차거든요. 그러다보니 샘물터에 줄반장이 등장할 정도로 샘물이 인기 있다고 합니다. 50리터짜리 샘물 한 통은 가격이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 쌀 1.5kg을 기준으로 가격이 오르고 내리고 한다네요. 물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장사본전도 없는 최하위 계층 주민들이거나 대학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하는데요, 이들은 고된 중노동이지만 물 한 통을 날라다 팔면 식구들 생계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 그리고 기숙사생활을 하는 대학생들은 용돈벌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든 줄 모르고 샘물장사를 한다고 합니다.

6. 말씀을 듣고 보니 북한 장마당의 변화가 눈에 보이는 것 같네요, 그런데 일부 장마당 매대가 없는 주민들까지 샘물장사를 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시장 활동에 대해 단속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는지요?  

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오는 말들에 의하면 북한 김정은 체제가 등장한 지난 3년간 주민들의 시장 활동 등에 대한 단속이나 통제는 없다고 합니다. 단 북한 당국이 불법으로 간주하는 한국산상품이나 금, 은, 동 장사 등에 대해서는 감시통제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특히 북한 당국이 제일 무서워하는 것이 있잖아요, 마약판매 같은 것은 철저히 통제한다고 합니다. 반면에 일반 장사활동에 대해서는 통제를 하지 않고 있어 북한 전역의 시장들에서 매대숫자가 증가했다는 소식도 지난시간에 들려드렸는데요,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본인만 노력한다면 샘물장사 같은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합니다.

7. 여름 춘궁기와 무더위로 인해 북한 시장에서 냉면이나 냉수 등 찬 음식과 음료들이 잘 팔리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러면 북한 까까오 장사꾼들은 냉동보관 된 시설이 갖춰진 환경에서 빙수를 판매하는가요?

참 북한 주민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부분이 냉동보관시설인데요, 안타깝게도 북한의 실정으로 볼 때 아직까지는 일반 장사꾼들이 냉동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장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봅니다. 우선 전기가 개인 장사꾼들이 쓸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상업관리소 등 국가기관에서도 까까오 판매를 할 때 항상 냉동시설을 가동할 수 없거든요, 전기가 어느 시간에 끊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장사를 하는 주민들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답니다. 일부 개인들은 개별 발동기를 만들어가지고 한낮의 제일 뜨거운 시간인 11시부터 2시 사이에 가동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까까오 장사꾼들은 아이스박스에 넣어가지고 판매를 하거든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조바심이 나는데요, 그런 조바심에 구매자가 몰릴 때에는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할 때도 있답니다. 여유 있게 장사를 해야 정신도 정돈이 되는데 더위가 심할 때면 빨리 팔아야 된다는 생각에 몰입하게 되는 거죠. 까까오가 녹아서 팔지 못하면 녹아버리게 되고 녹아버린 것은 장사꾼이 다 값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될수록 빨리 팔기 위해 발품도 아끼지 않고 다니거든요, 조바심을 가지고 여름을 보내기는 까까오를 생산하는 주민도 또 판매하는 주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8. 서두에 마늘과 빨간무 장사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북한 내에서 생산이 되는건가요?

네, 북한 내에서 수확되는 남새들이구요. 빨강 무는 특히 양강도나 함경북도 지역을 비롯하여 북한 전역에서 재배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전해에 담궜던 김치도 떨어지고 햇김치를 담궈 먹기에 알맞은 채소이구요. 색상도 빨강색을 내기 때문에 맛도 최고 보기에도 최고의 채소랍니다. 빨강 무김치는 자체의 매운 맛을 가지고 있어서 고추가 굳이 필요 없기도 해서 일반 서민들이 즐겨 만들어 먹은 김치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늘은 함경남북도 등에서 생산이 되는 것인데요, 마늘을 먹으려면 두석 달을 기다려야 하는 양강도에선 인기가 짱이랍니다. 주민들은 햇마늘을 사서 소금에 절여서 밑반찬으로 사용하는데요, 마늘씨가 앉기 전에 파는 것이어서 잎사귀랑 다 먹게 됩니다.

9. 아, 그렇군요, 북한 주민들이 최근 즐겨 먹는 채소들을 꼽는다면 어떤 채소들이 있을까요?

네, 즐겨먹는 채소는 당연히 배추나 양배추, 그리고 상추 등이겠죠. 그리고 여름 개인집들에서 즐겨 담가 먹는 갓김치도 있답니다. 갓은 인공적으로 심어서 먹는 것도 있고 일부 농촌지역에서는 저절로 자란 갓도 있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여름 더위를 한방에 날려 보낼 쩡한 맛의 갓김치 정도는 누구나 먹을 수 있답니다. 저도 상상 속에 갓김치의 쩡한 맛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오늘도 무더위 속에서 땀을 흘리며 김매기동원에 참가하는 북한 주민들이 힘내시라고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마음을 담은 인사도 함께 보내드립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