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홍콩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와 관련해 중국 정부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북한과 중국 당국이 체결하고 있는 범죄자 호상 인도에 관한 협정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같은 협정에 따라 중국 측이 탈북민을 체포해 북한에 송환하고 결국엔 북한 주민들의 체제 이탈을 방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를 지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0일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에서 “(북중 간 협정에 따라) 중국은 굶주림을 피해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민들을 불법월경자로 몰아 북한에 공식 송환해 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중국 공안 당국은 북중 국경지역에서 북한 주민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공안에 의한 탈북민 체포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中, 시진핑 방북 전 北주민 체포작전… ‘앓던 이’ 빼줬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법’은 중국·타이완·마카오가 서로 범죄자를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 또는 인권운동가의 중국 송환에 법이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태 공사는 또 관련법이 제정될 경우 반체제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들이나 인권운동가들의 활동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태 공사는 “북한은 중국에서 반체제 활동을 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이 북한으로 피신해 오면 무조건 체포해 중국에 송환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비인도주의적 행위를 비판했다.
그는 또 “앞으로 홍콩에서 송환법이 채택되면 현재 한국에 왔다가 홍콩으로 이주해 일하거나 유학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으로 끌려갔다가 북한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 홍콩 등에서 탈북민의 활동이 위축될 것과 북송 위험이 높아질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태 공사는 “전체주의 독재국가들 사이에 체결되는 범죄인 호상 인도에 관한 협정들을 폐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13일 ‘영토완정과 정치적 안정, 사회주의를 수호하려는 중국당과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우리는 한 나라, 두 제도 노선을 드팀(흔들림)없이 견지하고 나라의 영토 완정과 정치적 안정, 사회주의를 견결히 수호하려는 중국당과 정부의 모든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이 송환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촉발된 홍콩사태는 최근 더욱 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8일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리고 이에 중국 무력이 개입하여 진압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으나 다행히 시위는 ‘비폭력’으로 끝나고 중국의 무력 개입도 없어 세계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지금 세계는 중국이 무력을 투입하여 홍콩사태를 무차별적으로 진압하면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에 돌이킬 수 없는 오명을 씌우게 될 것이며 세계의 인권과 경제 상황은 크게 후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실 중국은 홍콩 반환 이후에도 50년간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 체제와 민주주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하려면 홍콩 사태를 평화적으로 인도주의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며 다른 나라들도 중국에 홍콩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주문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세계적인 추이와는 대립되게 북한만이 홍콩 사태를 강경으로 다스리라고 중국에 주문하고 있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8월 13일자는 ‘영토완정과 정치적 안정, 사회주의를 수호하려는 중국당과 정부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제목의 논평 기사를 통해 “우리는 ‘한 나라, 두 제도’ 노선을 드팀없이(흔들림 없이) 견지하고 나라의 영토완정과 정치적 안정, 사회주의를 견결히 수호하려는 중국당과 정부의 모든 조치들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력이 중국의 내정에 공공연히 간섭해 나서고 있다”며 “해당 나라가 어떤 조치를 취하는가 하는 것은 그 나라의 자주권에 속하는 문제다. 다른 나라들은 거기에 참견할 하등의 명분도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현재 가장 절박한 문제는 홍콩에서 폭력과 혼란을 저지시키고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반중국 및 홍콩 혼란’ 세력들은 형세를 오판하지 말며 중국 중앙 정부의 자제력을 나약성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8월 11일에도 외무성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 응답을 통해 중국 정부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히고, 외부세력의 간섭에 대해서도 비난했습니다. 외무성 대변인은 “홍콩은 중국의 홍콩으로서 중국의 주권과 안전, ‘한 나라, 두 제도’를 파괴하려는 임의의 나라나 실체, 개인의 행위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적 입장”이라고 하면서 오히려 강경대응을 주문했습니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북한주민들에게 홍콩 사태가 일어나게 된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는 함구무언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홍콩사태를 촉발시킨 송환법은 쉽게 말하면 홍콩에 있는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에 인도할 수 있게 하는 ‘범죄인 인도법안’입니다. 얼핏 보면 별 문제 없어 보이지만 이 법이 채택되어 악용되면 홍콩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끌고 가서 맘대로 법정에 세울수 있게 되어 반 중국 인사들, 인권운동가 등 정치범들이 합법적으로 중국으로 끌리워 가서 제거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은 2015년 중국 공산당 비판 서적을 팔던 홍콩 서점상 5명을 중국으로 끌고 가 조사한 전례가 있는데 지금까지는 중국의 이런 행위가 납치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앞으로 송환법이 통과되는 순간 합법적 인도로 둔갑하게 됩니다.
이런 법 채택을 북한이 지지하는 것은 현재 북한과 중국 사이에 범죄자 호상 인도에 관한 협정이 체결되어 있고 중국이 이 법에 따라 굶주림을 피해 중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을 불법월경자로 몰아 북한에 공식 송환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북한은 중국에서 반체제 활동을 한 인사들이나 인권운동가들이 북한으로 피신해 올 경우 무조건 체포하여 중국에 송환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홍콩에서도 송환법이 채택되면 현재 한국에 왔다가 홍콩으로 이주하여 일하거나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탈북민들이 중국 당국의 요구에 의해 중국으로 끌려워 갔다가 북한으로 송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전체주의 독재국가들 사이에 체결되는 범죄인 호상 인도에 관한 협정들을 폐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여야 할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