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노동신문 활용 주민에 충성자금 상납 종용…정상국가 아냐”

[주간 北 미디어] 태영호 "정상국가는 국가 자원을 인민 복지에 활용" 비판

김정은 시대 이후 대규모 국가 건설 사업이 늘어난 가운데, 북한 매체들이 각 가정의 건설 비용 납부를 충성심으로 선전하는 등 자발적 건설 지원을 종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노골적인 건설 비용 요구는 북한의 비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23일 데일리NK와 국민통일방송이 진행하는 ‘주간 북한 미디어’ 분석에서 “국가 건설 사업에 많은 비용을 낸 가정을 행복한 가정으로 선전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의 행태가 아니다”면서 “오히려 민주화된 많은 나라들은 국가 예산의 대부분을 실제 가정의 복지 지원금으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가정의 참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사리원시(황해북도)에 거주하면서 주요 대상 건설장 지원 사업에 충성으로 참여하는 것을 집안의 가풍으로 삼고 있다는 한 가정을 소개했다.

신문은 “(이 가정은) 10여 년 세월 동안 위대한 수령님들을 영원히 높이 우러러 모시기 위한 사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으면 남먼저 달려가곤 했다”면서 “삼지연꾸리기(양강도) 사업에 적으나마 정성을 바쳐온 자기들에게 감사를 보내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그 사랑이 너무도 고마워 온밤 잠을 이루지 못한 때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신문은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변함이 없어야 하며 대를 이어 계속 이어져야 한다”면서 “(이 부부는) 4명의 자식 모두를 당과 수령을 먼저 알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사회와 집단을 위해 헌신하는 참된 인간들로 키워나가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지연 건설장
삼지연 건설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북한에서 어떻게 한 가정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김 씨 일가의 우상화 대상 건설이나 인민군대 지원사업에 그렇게 많은 물자를 지원했는지 궁금하다”며 “돈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돈주’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의 소유이기 때문에 다른 가정보다 많은 물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인 북한 사회에서 남들보다 많은 물자들을 수령 우상화 건설에 지원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비사회주의를 통해 벌어들인 불법 소득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결국 노동신문이 비사회주의적 불법 경제활동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태 전 공사는 많은 국가들이 가정의 복지를 위해 상당 부분의 예산을 쓰고 있는 가운데 북한처럼 가정에 국가 건설 비용 납부를 종용하는 것은 비정상국가의 운영 실태라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세상 어디에도 지도자 가문에 대한 우상화 건설에 개인의 재산을 많이 내놓으면 가정이 행복해진다고 선전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이제라도 북한이 정상적으로 사고하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오늘은 12월 14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 ‘가정의 참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에 우리가 항상 해답을 찾고저 문제인 ‘가정의 참된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기사가 실려 저도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읽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가정의 행복을 찾는 기사의 첫 머리에 《수령에 대한 충실성은 변함이 없어야 하며 대를 이어 계속 이어져야 합니다》라는 김정일의 말이 인용되어 있어 저도 뭘 말하자는 것인가 하고 약간 긴장되어 기사를 읽어 보았습니다.

기사 내용인즉 사리원시 상매2동 50인민반에 살고 있는 김설옥 동무의 가정이 대단히 행복한 가정인데 그 가정이 그처럼 행복해질 수 있었던 이유가 ‘ 위대한 수령님들을 영원히 높이 우러러 모시는 사업과 중요 대상 건설장들에 대한 지원 사업에 충성의 마음을 바쳐가는 것을 집안의 가풍으로 이어가고 있고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사 내용에 의하면 이 가정은 평양시와 멀리 떨어진 사리원시에 살고 있으나 10여년 세월 김일성의 고향 만경대혁명사적지를 자주 찾아 관리운영사업에 많은 물자를 지원 했고 최근 년간에는 삼지연시 건설과 어느 한 인민군 부대를 우리 초소로 정하고 역시 많은 물자를 지원하였다는 것입니다.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사리원시중심에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모자이크로 새로 형상할 때도 그리고 금수산태양궁전, 혁명전적지와 사적지들에 대한 지원 사업에 많은 물자들을 지원하였다고 합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북한에서, 그것도 최근 년간 대북제재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 지고 있다고 북한 노동신문 조차 우는 소리를 하고 있는 때에 한 가정이 어떻게 전국 각지에서 진행되는 김씨 일가의 우상화 대상 건설이나 인민군대 지원사업에 10여년 동안 많은 물자를 지원할수 있었는지 저로서도 궁금합니다.

노동신문이 그러한 물품들의 출처는 밝히지 않았지만 요즘 북한말로 ‘돈주’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사실 모든 생산수단이 국가의 소유이여서 다른 가정보다 많은 물자를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불법인 북한 사회에서 남들보다 많은 물자들을  수령 우상화 시설 건설에 지원했다는 것 자체가 ‘비사회주의를 통해 벌어들인 불법 소득’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렇게 불법으로 모은 재산을 다 지원사업에 바치니 결국 발을 뻗고 편하게 잠을 잘수 있어 행복해 졌다는 소리인지 노동신문의 론리가 명백하지 않습니다.

혹시 요즘 비사회주의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사람들이 많은데 수령 우상화 건설 사업에 자발적으로 재산을 다 내놓으면 마음이 편해져 행복해질 것 이라는 것을 선전하자는 기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지금 많은 나라들에서 사회의 세포인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업에 많은 국가 예산을 쓰고 있습니다.

만일 김씨일가의 우상화 대상 건설에 많은 물자나 자금을 지원하면 가정이 행복해 질수 있다면 이보다 더 흥행할 관광 상품은 없을 것입니다. 가정이란 한 가족이 함께 살아가며 생활하는 사회의 가장 작은 혈연공동체입니다.

가족은 애정으로 맺어진 인간 관계의 결합이지만, 가정은 인간 관계만으로는 성립되지 않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의·식·주 등의 물자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기능도 더해져야 합니다. 그리고 가정에 있어서는 가정의 모든 성원들의 개인 목표가 있을 것이고 가정 전체의 목표도 있을 것입니다.

만일 가정 내에서 가정의 전체적인 효과만을 중시하고 개인의 욕망에 대해서 공정한 배려가 결핍될 경우, 개인은 욕구 불만이 생겨 가정 생활에 불행이 올수 있습니다. 또 개인이 너무 자기 욕망만을 내세우면서 가정 전체의 공동의 목표를 중시하지 않으면 한 가정으로서의 통일이 파괴되는 수가 많습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하여 다른 아시아나라들에서도 가부장적인 전통적 가족 의식이 차츰 부부 평등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업 구조의 변화에 따라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가족 계획을 실천함으로써 소규모 가족으로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의 생산 기능이 감소되고 소비 기능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서 자녀에 대한 도덕적·문화적 가치관을 길러 주는 교육적 기능은 더욱 필요하므로 가정의 기능은 현대에 와서 더욱 중요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계 관리를 부부가 동등하게 운영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가정 생활의 민주화가 진척됨에 따라 가족간의 가사 노동 분담이 많아져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때로는 가정 운영에 예견치 않았던 문제들을 가져와 지금 세계적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가기 위한 운동들과 연구 사업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그 어디에서도 그 나라 지도자 가문에 대한 우상화 건설 대상 개인의 재산을 많이 내놓으면 가정이 행복해 진다고 선전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이제라도 북한이 제발 정상적으로 사고 하는 나라,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나라가 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