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전를 선언한 북한이 올해 농업 증산을 주요 목표로 정하고 생산성 향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농사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31일 데일리NK에 “도의 모든 농장들이 일제히 파종에 진입했는데 도(道)적으로 대다수 농장들에 농자재가 부족해 난국인 상태”라고 전했다.
북한은 매년 1~3월을 한해 농업 생산의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시점으로 여기고 이 시기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농약, 비닐박막 등 영농자재 준비에 집중한다.
이러한 농자재들은 대부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이 무렵에는 북한의 무역회사들도 자재 확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고 대중무역 및 밀수를 차단하는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자재 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졌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가뜩이나 농업생산에 필요한 품목들을 수입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국경 지역에서 이뤄지는 중국과의 거래마저도 한동안 중단돼 농사 현장에 자재 부족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지금 시기 농자재 수입은 거의 연례행사와 같고 대부분의 농장이 여기에 의지하고 있는데 올해는 전염병(코로나19) 때문인지 자재가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부터는 농사에 필요한 전력까지 농장이 자체로 해결하라고 해 지금 난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각 지역 유기질복합비료공장에는 당초 계획보다 훨씬 많은 양의 비료를 생산할 데 대한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각 공장들이 엄청난 양의 비료를 생산해야하는 과제를 떠안아 지금 공장일군(일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는 대체로 시·군 단위에 유기질복합비료공장이 1곳씩 설립돼 있지만, 대부분이 규모가 크지 않아 지역 농장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현지에서는 한국의 대북지원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사람들 속에서는 ‘이런 때 남측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는 유기농 복합비료나 비닐박막과 같은 다른 영농자재, 특히 부족한 식량도 지원을 받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는 말도 나온다”면서 “(코로나19로) 중국이 막히면서 남조선(한국)의 지원을 바라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30일) 4면에 ‘영광스러운 우리 당 창건 75돌이 되는 경사로운 10월에 다수확의 풍요한 황금전야를 펼치자’라는 표제 아래 농업과 연관된 기사를 여러 개 실었다.
특히 고인호 내각부총리 겸 농업상은 ‘알곡고지점령의 관건-5대요소’라는 제목의 글에서 “올해 농업부문 앞에 나선 영예로운 과업은 지난해보다 한 계단 더 높이 세운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는 것”이라면서 “쌀로써 혁명을 보위하고 사회주의를 지키라는 당의 높은 신임과 기대에 기어이 보답하겠다는 것이 농업성 일군(일꾼)들과 온 나라 전체 농업근로자들의 억척같은 신념”이라고 농업 증산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