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을 계기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금지됐던 전국 교화소 면회를 7월 한 달간만 허용한다는 방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전국의 교화생 가족들이 기한 내 면회를 마치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일 사회안전성 교화국은 전국의 교화소에 ‘수령님(김일성)의 서거일을 맞으면서 김정은 동지께서 전염병으로 막힌 면회를 허용하셨다’는 내용의 방침을 전달했다.
기존에는 통상 3개월에 한 번씩 면회가 가능했지만, 올해 초에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면회가 전면 금지돼왔다. 그러다 이번 방침으로 올해 처음 면회가 허용됐는데, 역시 방역 문제로 면회자가 교화생을 대면하지는 못하고 대신 교화생의 생활에 필요한 1년 치 물품과 음식을 가져오면 이를 전달해주는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방침이 내려진 후 교화반의 담당 안전원들은 면회자 중에서도 앞서 면회를 온 적 있는 이들에게 우선 연락해 “이번 방침에 따라 7월 한 달 내에 딱 한 번 면회를 허용할 테니 이달 말까지 물품 등을 챙겨 교화소로 오라”고 말했고, 면회 전력이 없거나 전화 등 연락 수단이 없어 방침 전달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해당 지역 안전부가 이를 전달하도록 조치했다.
면회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물품은 ▲튀김가루 30kg ▲콩가루 5kg ▲기름 2병 ▲엿 2kg ▲사탕가루(설탕) 1~2kg ▲세숫비누 5개 ▲세탁비누 5개 ▲위생종이(화장지) 10개 ▲여름·겨울 속내의(내복) 2벌 ▲빤쯔(팬티) 3벌 ▲스프링(러닝셔츠) 3벌 ▲장갑 3켤레 ▲양말 2켤레 ▲군대동화(솜신) 2켤레 ▲지하족(활동화) 2켤레 ▲국내산 흰 수건 5장 ▲국내산 치약·칫솔 ▲신발 깔창 ▲전지(손전등)와 전지약(건전지) 등으로, 일부를 제외하면 각기 수량이 정해져 있다는 설명이다.
수량 제한을 두지 않은 손전등과 건전지, 신발 깔창 등은 사실상 교화생들이 교화소 내에서 징벌과제를 수행할 때 필요한 작업용 물품이다. 열악한 국가 전기 사정에서 야간작업할 때를 대비하거나 거친 작업환경 속에서 신발이 닳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여기에는 면회자가 없는 교화생들의 몫까지 부담하게 하려는 속셈도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일부 면회자들은 들여보낼 수 있는 생활용품의 수량이 1년을 쓰기에는 너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하기도 했는데, 교화소 측에서는 “안에서 알아서 자체로 공급하니 제시된 만큼만 가져오라”며 잘라 말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교화소에서는 면회자들에게 교화생에게 한 끼 먹일 수 있는 진음식을 준비해오도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번 방침이 내려진 뒤 교화소에서 가까이 사는 가족들이 바로 음식을 싸서 면회 갔는데 교화소에서 음식에 쪽지나 돈이 들어있는지 확인한다면서 이리저리 뒤적거렸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교화소는 정해진 수량만큼만 물품을 받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이 가져간 가족들은 나머지를 교화반 담당 안전원이나 교화과 지도원들에게 넘겨주면서 ‘혹시 모자라면 조금씩 더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돈도 같이 찔러주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면회자들이 가져온 물품들이 교화소에 쌓이기 시작하면서 내부 안전원들 사이에서는 ‘지금 장마당에는 기름이나 사탕가루가 다 말라버려 살 수도 없는데 우리보다 오히려 죄수들이 더 잘 사는 것 같다”면서 한탄하는 목소리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교화소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면회자들은 면회 허용 기간 내에 가기 위해 황급히 서두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으로부터 통행증을 발급받는 데만 일주일이 걸리는 데다 도(道)와 도(道)를 넘나드는 데 통상 5일 정도가 소요되고, 더욱이 면회자들이 몰리면 순서가 뒤로 밀릴 수 있어 하루라도 더 빨리 가려고 바삐 움직이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소식통은 “벌이버스를 타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사람들이 돈을 들여서라도 택시를 대절해서 가려고 한다”며 “그런데 택시는 돈이 많이 들어 대부분이 갈 때만 타고 올 때는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