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美 놀라게 할 것”…北의 근거 있는 자신감?

초대형 방사포
북한 매체가 지난달 2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초대형 방사포 연발시험사격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한 데 대해 북한이 하루도 안 돼 맞받아치고 나왔다. 역시 말로는 뒤지지 않는 북한이다.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재앙적 후과(결과)를 보기 싫거든 숙고하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고, 김영철 아태평화위원장은 “우리(북한)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이)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북한)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며 미국이 놀랄 일을 계속 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북한이 “더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했지만 북한은 사실 잃을 것이 많다. 못먹고 못사는 북한 주민들이야 잃을 것이 없을 수 있지만, 주민들을 철권통치로 억압하고 모든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과 북한 권력층들은 잃을 것이 너무나도 많다.

미국과의 대결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미국의 군사력과 대적할 수 있는 나라는 없으며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전쟁을 아예 하지 않는 나라도 아니다. 때문에 미국 대통령의 경고는 그 자체로 상당한 무게를 가지는 것인데, 북한은 ‘망령든 늙다리’ 운운하며 트럼프의 경고를 깡그리 무시하고 있다. 북한의 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가?

정치국 확대회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유리한 국면에 있다고 판단

북한의 이러한 전술이 이른바 ‘벼랑끝전술’에 기반한 막나가자는 식이라고 보는 것은 오산이다. 북한은 나름대로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다. 미국이 대선 국면이라는 것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국민 주권을 실현하는 중요한 행사지만, 이 기간 정부의 리더십은 일사불란하게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선거의 승리를 원하는 야당에 의해 모든 것이 정치쟁점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대통령이나 여당도 정책 결정에 있어 많은 제약을 감수해야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협상시한을 올해 말로 제시한 것은 미국 대선 국면을 애초부터 염두에 둔 것이다. 북한이 아량이 있어 올해 말까지 시간을 준 게 아니라, 미국이 대선 국면으로 들어가면 트럼프 대통령의 선택에 제약이 커질 것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나름 미국 정세를 치밀하게 분석한 끝에 지금은 유리한 국면에 있다고 보고 자신들의 ‘새로운 길’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북한의 자신감은 나름 근거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북미정상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 30일 오후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이 국면을 결정할 두 가지 변수

미국도 북한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화염과 분노’로 대변되는 2017년처럼 몰아붙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대선 국면에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고, 더구나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는 현실적인 측면도 있다.

이 국면이 어떻게 흘러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두 가지 변수가 있다. 첫째, 북한의 목표지점이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단순히 미국으로부터 몇 가지를 더 얻어내고자 하는 밀고당기기의 차원인지, 북한이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인지에 따라 긴장의 수위가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북한의 ‘보다 큰 그림’이 무엇일지는 추후 취재파일을 통해 설명하도록 하겠다.

둘째, 미국의 선택이다. 북한이 독자적인 행위자라면 미국 또한 이 국면의 중요한 독자적인 행위자이다. 대선 때문에 여러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이 국면의 전개 방향이 결정될 것이다. 지금 시작되고 있는 긴장 국면은 내년 미국 대선 직전까지는 이어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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