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양강도 혜산시 당(黨) 위원장과 인민위원장, 안전부장이 지난 18일 가스 연쇄 폭발 사고로 피해 가족과 주민들 앞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고위 간부가 대거 출동해 마음을 달랬다는 것으로, 민심 이반을 차단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8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사고 현장을 찾아 수습 상황을 살피고, 강도 높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한 대형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출동하지 못한 데에 직접 사과하고, 책임자 처벌도 약속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2014년 발생한 평양시 평천구역 고층 아파트 붕괴사고를 제외하면 북한은 대형 사고에도 피해 사실을 감추고, 별다른 사과도 없었다. 2014년 당시 인민보안부장 최부일이 직접 머리 숙여 사죄했고, 노동신문 등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었다.
소식통은 평양 아파트 붕괴와 혜산 폭발 사고는 모두 ‘제대로 출동을 못했다’는 점이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당국의 늦장 대처에 사상자가 늘어나는 등 대형 실수를 범했다는 점에서 사과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 수습을 제대로 못했다’는 점을 고위 간부들이 직접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민애’를 과시하기 위한 의도도 읽혀진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최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실패를 인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아울러 관련 소문도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는 점을 인지한 당국이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에 적극 나섰다고도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살림집도 겨울 김장 전까지 완공해서 입사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면서 “유족에게는 1세대당 8만 원(북한 돈, 약 10달러)씩 줬고, 사고 세대에게도 담요를 나눠줬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은 주민들에게 거둔 것이고, 담요도 중국산이었다고 한다.
형편없이 적은 위로금과 질 떨어진 구호품에 주민들의 불만은 아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 또한 향후에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 ‘화재 신고는 신속했지만 시 안전부 소방대 차가 기동할 기름이 없었다’는 이야기까지 퍼지고 있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안전사고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한편 폭발사고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던 국경경비대 초소장은 생활제대(불명예제대)됐고, 노동단련대 2년형이 내려졌다. 또한 시 안전부 소방과장과 소방대장이 해임철직됐다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