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파군 수해현장 동원된 군인들, 배고픔에 민가·음식점 습격

시멘트·목재 등 건설자재 빼돌려 "사달라" 요구하기도…주민 피해 막심하지만 대책 없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7일 은파군 대청리 일대의 피해복구 현장에 동원된 조선인민군 부대를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로 수해 지역인 황해북도 은파군에 동원돼 집짓기에 나선 군인들이 민가에서 도적질하고 강탈해 인근의 주민들이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해북도 소식통은 29일 데일리NK에 “수해가 발생한 은파군에 원수님(김 위원장)의 지시로 많은 군인들이 투하됐는데 이들은 피해복구 건설에 총력을 기울일 데 대한 지시를 망각하고 도적질과 강탈로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전해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해 지역인 은파군에는 지난 9일 이후 피해복구 및 주택 건설에 동원될 군부대가 연이어 도착했고, 도로복구와 제방 보수, 지대정리 작업에 투입된 뒤 최근에는 은파군의 주택 건설에 동원되고 있다.

집짓기에 나서는 군인들은 현재 주민 지대와 가까운 곳에서 숙식하고 있는데, 이들은 걸핏하면 주민 지대에 내려와 민가를 습격하거나 도와달라고 애원하다 도움을 안 주면 위협하고 음식점에 쳐들어와 무조건 음식을 달라고 해 외상으로 먹기도 하는 등 막무가내식으로 행동해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인들은 몰래 빼돌린 건설자재들을 빵이나 술, 담배 등으로 바꾸려고 하지만 앞서 북한 당국이 단단히 일러둔 탓에 주민들은 이를 꺼리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북한 당국은 군인들이 투입된 뒤 이 같은 현상들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주민들에게 ‘군인들이 가져오는 세멘트(시멘트)나 목재 같은 건설자재들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되며 이를 받았을 때는 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미리 단속했다는 전언이다.

군 상층부에서도 군인들에게 ‘건설자재들을 팔아먹는 현상들은 군법으로 처리하겠다’고 선포한 상태지만 배고프고 힘든 군인들은 분별없이 덤비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무엇보다 군인들은 시멘트와 같은 건설자재들을 들고 민가에 내려와 주민들에게 이를 사달라고 요구하는데 “절대 안 된다, 법적 처벌을 받는다”면서 받아주지 않는 주민들이 있으면 집이나 음식 매대를 통째로 털어가는 보복적인 행위도 일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군인들 때문에 장사도 못 할 위기에 처해 건설이고 뭐고 반갑지 않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이 같은 군인들의 행패에 군(郡) 정권기관들에도 신소가 제기되고 있으나 이들도 어쩌지 못하고 있다”며 “군인들의 식량이나 부식물을 비롯한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군당이 지원해줘야 하는데 지금의 실정에서 그럴 형편이 못되니 말을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