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간소하게 보내려는 주민 늘어…차례상 대신 술만”

소식통 "北 당국, 명절 문화 간소화 방침 내려"…명절 특수 노렸던 상인들은 '울상'

이달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 밭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주민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북한에서 추석을 간소하게 지내려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고 9일 소식통이 전했다. 가계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진 데다 최근 북한 당국이 ‘명절 문화 간소화’ 방침을 내리면서 명절을 단출하게 보내려는 주민들이 더욱 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올해 가계소득이 줄어들면서 구매력이 떨어져 추석 명절 준비가 지난해에 비해 저조하다”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먹거리 판매량이 지난해 추석 때와 비교하면 최대 2배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북한 시장에서 갈비 등 육류와 수산물, 과일, 술 등 추석 차례에 필요한 음식은 물론, 각종 나물과 전을 부칠 때 사용하는 밀가루 등 식자재를 찾는 수요도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평성지역 시장에서만도 이 같은 명절 관련 먹거리 판매가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통상 추석을 앞두고서는 차례상 차림이나 명절 음식에 필요한 재료들을 사려는 주민들로 시장이 붐비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이 같은 모습을 찾기 힘들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대북제재 등 여파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씀씀이를 줄이고 있는 실정에 시장에서 여러 가지 먹거리를 구매해 명절 분위기를 내거나 차례상을 차리는 모습은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어렵더라도 ‘핑계 삼아 도라지 캔다’(적당한 핑계를 대고 제 볼일을 보러 간다는 뜻의 속담)고 명절 전에는 시장에 가서 장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확실히 줄었다”며 “차례상 대신에 꽃다발이나 술 1병을 올리는 것으로 때우겠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상황에 9월 추석을 맞으며 매출이 오를 것을 기대하던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도 그늘이 지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명절 특수를 노리고 있던 상인들의 기대감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최근에는 북한 당국이 명절 문화 간소화 방침을 내리면서 더더욱 추석을 간단히 치르려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속에서 추석을 검소하게 준비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데 더해 북한 당국까지 나서 의도적으로 명절 분위기를 잠재우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도 빚이라도 내서 전, 송편 등은 만들어 올리던 사람들이 당국의 급작스러운 통제에 꽃을 들고 올라가 절 한 번으로 간편하게 끝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인 추석 당일과 전후 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내고 있지만, 북한은 김일성 생일(태양절)이나 김정일 생일(광명성절)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해 기념하고 추석 등 전통적인 명절의 의미는 축소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공휴일인 추석 당일 직장에 나가지 않고 쉬지만, 가까운 일요일에 하루 쉰 것을 보충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